조선통신사에 참가했던 조선의 관료와 문인들은 일본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기록으로 소상하게 남겼다. 부산문화진흥재단과 조선통신사가 다녔던 길에 위치한 쓰시마(對馬) 시, 나가사키(長崎) 현, 시모노세키(下關) 시, 오미하치만(近江八幡) 시, 시즈오카(靜岡) 현 등은 통신사들이 남긴 기록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공동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3월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내 2017년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일본 시모노세키에서는 양국 자치단체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기록유산 한일 공동추진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 측은 조선통신사의 사행록(使行錄)과 등록(謄錄), 필담창화집(筆談唱和集)을 등재 대상으로 제안했다. 사행록은 일종의 여행기로 조선통신사의 일본 체험담과 감상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등록은 예조 전객사(典客司)에서 조선통신사에 관련된 공식 문서를 연월일 순으로 모은 자료다. 필담창화집은 조선통신사와 일본의 문인들이 서로의 관심사와 감흥을 필담과 시문을 통해 주고받은 것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일본은 당초 조선통신사의 자취가 남아있는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한국과의 공동 등재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기록유산 등재로 방향을 돌렸다.
기록유산 공동 등재에서는 마쓰바라 가즈유키(松原一征) 조선통신사연지(緣地)연락협의회 이사장과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쓰시마 출신으로 해운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마쓰바라 이사장은 통신사와 연고가 있는 지역을 5년간 다니며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를 결성했다. 1994년 쓰시마에서 재현된 조선통신사 행렬을 처음 본 강 전 총장은 부산시 각계에 호소해 2002년 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를 발족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3일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가 열린 시모노세키에서 만났다.
마쓰바라 이사장은 “조선통신사는 우호와 평화의 상징이었다. 서민들이 엄청나게 즐거워했다. 통신사가 이어졌으면 근세의 불행한 역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 총장은 “조선통신사 파견 전에 보낸 사신 이름이 적을 탐지한다는 탐적사(探賊使)였다. 우리가 돌아올 때 일본은 적지 않은 은을 내놓았다”며 ‘통신사의 조공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마쓰바라 이사장도 “일본의 각 번주가 경쟁하듯 통신사 접대에 열을 올린 것을 봐도 조공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기록유산 등재 전망과 관련해 마쓰바라 이사장은 “한일 관계의 앞날을 위해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양국 정부도 힘을 보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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