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불평등이 때론 축복이 된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위대한 탈출/앵거스 디턴 지음/이현정 최윤희 옮김/376쪽·1만6000원/한국경제신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은 경제 성장에 따른 불평등을 기존 시각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디턴 교수는 미국 경제학회장을 지낸 미시경제학 분야 석학으로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해 신드롬을 일으킨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 앞서 지난해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 토대 위에서 경제 성장을 통해 빈곤과 죽음으로부터 탈출하게 된 것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탈출’로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1981년 15억 명을 넘었으나 2008년에는 8억 명 수준으로 줄었다. 빈곤인구 비율(절대적 기준)은 42%에서 14%로 감소했다. 또 인간의 기대수명은 10년마다 2, 3년씩 꾸준히 증가해 한 세기 동안 30년가량 늘었다. 문맹은 1950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 됐으나 지금은 2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런 놀라운 변화에도 아직 10억 명 정도가 지독하게 가난한 생활을 하고 짧은 삶을 살며 형편없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자도 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발전 과정에서 생긴 큰 사건 중 상당수가 불평등을 유산으로 남겼다. 일례로 산업혁명은 많은 사람을 가난에서 탈출하게 했으나 서구사회와 다른 사회의 엄청난 격차를 만들었다.

대탈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 걸쳐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더 많은 국가는 아직 탈출 중이고, 일부 국가는 아직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거둔 성공, 즉 대탈출은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불평등을 증가시킨 요인을 한 국가가 아닌 세계 전체로 확대해 보면 수많은 사람을 빈곤과 죽음에서 탈출시켜 결과적으로 더 공평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탈출 과정에서 나쁜 일도 생기고 새로운 불평등을 불러올 수 있지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인류가 지혜를 모아 미래에도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위대한 탈출#경제 성장#불평등#21세기 자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