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촌철살인 인생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0일 03시 00분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줄리언 바지니, 안토니아 마카로 지음·박근재 옮김/300쪽·1만4800원·아날로그

미리 말하지만, 솔직히 이런 스타일의 책은 싫어한다. 인생철학이나 자기계발을 다룬 책들은 서점가에서 꾸준히 사랑받지만, 딱히 속 시원한 정답을 들려주는 경우를 그다지 본 적이 없다. 이 책 겉표지에도 나오는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따위 잠언이야 누군들 몰라서 실천을 안 하나.

하지만 이 책은 ‘조금’ 결이 다르다.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20개의 주제를 놓고 함께 고민했기 때문이다. 사실 철학과 심리학은 우리네 장삼이사에겐 그 밥에 그 나물 같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다. 19세기까진 엇비슷했지만, ‘과학이 인간의 마음을 객관적인 척도로 측정하려고 시도’하면서 두 학문은 서로 다른 길을 갔다. 그런데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는다? 꽤나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두 ‘조합’은 묘하게 엇갈려서 더 흥미진진하다. 예를 들어, 책 제목이기도 한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란 명제에 대한 두 학자의 의견을 들어보자. 둘 다 완벽주의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는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런데 심리학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노력이니 과정 자체에 만족하라고 조언한다. 반면 철학자는 완벽해질 수 있다는 허상을 떨쳐버리고 그간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가 자신임을 받아들이라고 제안한다. 어떤가.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고 어깨를 다독이긴 마찬가지인데 시각이 전혀 다르다. 누구 말이 더 끌리는지 판단하는 건 역시 독자의 몫이다.

사실 뭔가 뚜렷한 해결책을 바랐던 이들이라면 이 책 또한 실망스러울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라고 콕 찍어주는 일은 여기서도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고민하는 철학과 심리학의 입장을 엿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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