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현(오른쪽)이 “저는 제가 그렇게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하자 김수용은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 오른다는 시늉을 하며
익살을 부리기도 했다. 눈매가 깊어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김수용은 종종 외국인으로 오해받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어? 간난이다!”(김다현)
“진짜 잘생겼다!”(김수용)
2003년 뮤지컬 ‘그리스’ 연습실. 여자보다 더 예쁜 외모로 ‘꽃다현’으로 불리는 김다현(34)과 1980년대 TV 드라마 ‘간난이’에서 주인공 간난이 동생 영구 역으로 인기를 누렸던 김수용(38)의 첫 만남이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10월 9일 시작하는 창작뮤지컬 ‘보이첵’에서 나란히 주인공 보이첵 역을 맡은 두 사람을 18일 만났다. 김다현은 요즘 뮤지컬 ‘프리실라’의 버나뎃, ‘헤드윅’의 헤드윅을 맡아 물 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콜로레도 대주교, ‘영웅’의 안중근 등을 연기한 김수용은 배역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둘은 인터뷰 중간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을 터뜨렸다.
“다현이는 속정이 깊은 친구예요. 눈을 보면 진심이 느껴지고요.”(김수용)
“수용이 형을 보면 ‘할렐루야’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그렇게 착하고 따뜻할 수가 없어요.”(김다현)
게오르크 뷔히너가 쓴 유명 희곡인 ‘보이첵’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완두콩만 먹는 생체 실험에 지원한 보이첵이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된 후 광기에 사로잡혀 파멸하는 내용을 그렸다. 이 작품은 연극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공연됐다.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의 윤호진 씨가 연출을 맡았다.
순수에서 분노, 광기로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보이첵을 연기하는 건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김다현은 극중 인물 그 자체가 되기 위한 이른바 ‘메소드 연기’를 위해 하루 한 끼를 콩으로만 먹고 있다. 키 180cm인 김다현은 몸무게가 6kg 빠져 현재 64kg까지 내려갔다. “59kg대까지 빼려고요. 기력도, 면역력도 없는 상태에서 정신분열을 일으키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후 악에 받쳐 폭발하는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어요.”(김다현)
김수용도 숨소리마저도 보이첵이 되려고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있다. “보이첵은 몸뚱아리 하나로 버텨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나도 그런 상황이 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요. 보이첵을 들이파면서 저를 마구 ‘굴리고’ 있어요.”(김수용)
옆에서 듣던 김다현이 “형은 지금 이 상태에서 눈만 약간 흐릿하게 떠도 보이첵”이라며 웃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김다현은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얼마 전 추석을 앞두고 ‘헤드윅’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에게 손수 포장한 떡을 돌렸다. ‘단 한번도 얼굴로 밀고 나간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꽃다현’이라는 별명도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30대가 되니 ‘꽃다현’이 민망하더라고요. 집 커튼을 바꾸려고 동대문시장에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꽃다현 씨 아니에요?’라고 물어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 아저씨들까지 아는 내 브랜드를 잘 키우자고 마음먹었죠. 저만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쟁고아 ‘영구’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김수용은 학창 시절 방송반, 성가대를 하며 끼를 다졌고 힙합 재즈댄스 등을 두루 익혔다. 즐거워서 했던 작업이 뮤지컬 배우가 된 후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어떤 역이든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김수용은 ‘배우로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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