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자폐증에 대한 책 한 권이 화제다. 22일 기준 일본 전자서점 아마존의 전체 베스트셀러 순위 1위다. 도쿄(東京) 주오(中央) 구 동아일보 지사 인근의 서점에 들렀더니 ‘품절’이라고 했다. 도쿄 시내 5곳의 대형 서점을 돌아다닌 후에야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자폐증인 내가 날듯이 뛰는 이유.’(사진) 2007년 2월에 나온 책이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NHK방송이 저자 히가시다 나오키(東田直樹·22) 씨에 대해 특집방송을 하면서 일본 전역에서 ‘히가시다 열풍’이 불었다. 이와 더불어 그가 중학교 2학년 때 쓴 책도 주목받고 있다.
히가시다 씨는 여섯 살 때 아동상담소에서 ‘자폐 경향이 있다’고 진단받았다.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6학년 때 지바(千葉) 현에 있는 요양학교에 편입했다. 그 무렵부터 자폐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책 서문에서 “보통 사람이 되는 게 너무나 힘들다”며 자신의 자폐 증상을 밝혔다. 소리를 내 책을 읽고 노래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려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단다. 필사적으로 노력해 한두 단어를 말하지만 종종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말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른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안해지면 곧바로 그 자리를 도망쳐버린다. 간단한 물건조차 혼자서 살 수 없다.
‘왜 나는 안 될까….’ 혼자 고민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사람들이 자폐증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 경우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히가시다 씨는 엄마와의 훈련 덕분에 연필을 사용해 글로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원고를 쓸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폐증을 겪는 사람의 속마음을 일반인에게 전하고자 했다.
왜 큰 목소리를 낼까, 왜 항상 똑같은 것을 묻는 것일까, 왜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을까, 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할까, 무표정한 것은 왜일까,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을 왜 싫어할까, 무엇이 가장 괴로울까…. 수많은 질문에 대해 히가시다 씨는 경험담을 담담히 늘어놓았다.
책 제목은 어떤 의미일까. 히가시다 씨는 흥분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뛴다고 했다. 뛰면 기분이 붕 떠오르고 자신이 하늘에 빨려 들어갈 것 같단다. 최근에는 뭔가 사건이 벌어져 몸이 경직될 때도 뛴다고 했다. 뛰면 몸이 부드러워지고 긴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는 일반인의 서평 댓글도 많이 달렸다. 대부분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적은 글이었다. “내 아이도 자폐증을 겪고 있지만 책을 보고서야 아이의 행동이 이해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흔히 자폐아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을 보면 그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할 뿐 우리와 끊임없이 교류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을 세상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게 우리의 몫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