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에 길이 11m 열차가? 그 위에서 조로가 결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9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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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두드리는 플라멩코와 집시 댄스, 그리고 화려한 검술.

공연 중인 라이선스 뮤지컬 '조로'가 그렇다. 이 작품은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후 2011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올해 작품은 왕용범 연출이 캐릭터만 그대로 가져와 새롭게 재창작했다. 죽을 뻔했던 평범한 청년 디에고가 집시 여인과 신부의 도움을 받아 조로로 변신해 백성을 착취하는 라몬 대령에 맞서는 이야기다.

하이라이트는 극 막바지 열차 위에서 조로와 라몬이 벌이는 결투 장면이다. 무대를 꽉 채운 길이 11m, 무게 1.5t의 열차는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증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차창 밖 풍경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배경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열차는 실제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조명도 차례대로 껐다 켜기를 반복해 열차가 질주하는 듯 사실감을 더했다. 열차는 턴테이블 위에서 때로 360도로 회전한다.

왕 연출이 농담처럼 "관객들이 (공연장을) 나갈 때 열차만 기억하면 된다"고 했을 만큼 제작진은 열차에 심혈을 기울였다. 고증을 통해 스페인이 캘리포니아를 지배하던 18세기 당시 열차 모습과 흡사하게 만들어냈다. 열차 제일 앞에 숫자 31을 새겨 넣은 것도 당시 열차에 번호를 표기했던 것을 그대로 본뜬 것.

열차는 몸체가 둥글지만 윗부분은 평평하게 만들어 배우가 딛고 설 수 있도록 했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는 "조로와 라몬이 열차 위를 종횡무진 오가며 결투를 벌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중간 중간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연기통 뒤에 설치한 종은 배우의 동선에 방해가 돼 떼어냈다. 객석에서 잘 보이지 않는 기관사실 내부에도 각종 레버 등을 설치해 정교함을 높였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열차 장면을 완성하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서 디자이너는 "배우들은 열차 위에 한 번 올라가면 땀에 절어서 내려올 정도로 강도 높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우형 휘성 키 양요섭 소냐 서지영 출연, 10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3만 원. 02-764-7858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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