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정치평론가 이종훈의 생활 어드바이스! 가정과 직장에서 성공하는 정치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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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9월 29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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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상대를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시사평론가 이종훈 씨로부터 생활정치의 달인이 되는 법에 관해 들었다.


오늘 아침 당신의 남편이 “오늘 유난히 예뻐 보이는데”라고 했다거나, 직장동료가 “김 과장은 유능하잖아”라고 말했다면, 그 속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당신의 마음이 들뜨고 너그러워진 틈을 타 어려운 부탁을 하거나, 당신이 모르는 사이 뭔가 골치 아픈 일을 벌여놓고 뒷수습을 부탁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껏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자주 그들의 전략에 당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인생은 정치다’라는 책을 펴낸 시사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국회의원들의 몸싸움, 부정하고 부패한 모습에 환멸을 느낀 탓에 정치는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며 그 속에서 갈등과 이합집산이 발생하고, 이를 잘 해결할 것인지 여부는 정치력이 결정한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을 가리키던 ‘이디어테스(idiotes)’라는 말이 ‘멍청이’를 뜻하는 ‘이디엇(idiot)’의 어원이 된 것을 보면 자고로 정치와 담을 쌓고 사는 건 지혜로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종훈 씨는 “나는 원래 그런 것 못해!” 라며 뒤로 한발 물러서려는 이들에게 말한다. 당신이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정치이며, 소통하고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다고. 그렇다면 우리 안에 잠재된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1 자녀와도 거래하라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거래의 기술을 배운다. 아기들은 우는 것을 통해 자신에게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린다. 울음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필요한 것을 얻어내기 위해 복잡하게 머리를 쓰기 시작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생각도 진화한다.
아이가 최초로 거래를 하려 들 때 부모는 ‘나이도 어린 것이 벌써?’라는 생각에 대부분 거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거래는 아이가 울 때 부모가 ‘나쁜 버릇을 고친다’는 명분으로 모른 척하는 순간 이미 시작됐다. 그런 관점에서 아이가 거래를 제안해오기 시작하면 그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또 즐기면서 좀 더 세련된 거래의 기술을 전수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부모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공부하도록 만들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자기 머리에 남의 생각(공부)을 넣는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공부를 좋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인정하면 접근이 좀 더 쉬워진다. 아이가 좋아하거나 재능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그 일에서 먼저 성취감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성취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맛보기 시작하면 자꾸 찾게 된다. 한 가지 일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아이에게 ‘이러이러한 일을 통해서도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알려주면 아이는 기꺼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다.

3 분쟁도 전략이다
부부 혹은 연인 사이에 권태기가 찾아왔다면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킨 다음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극적인 국면 전환을 꾀함으로써 관계를 정상화하는 전략이 의외로 효과가 있다. 국가 간의 외교적 분쟁을 해결할 때 자주 사용하는 이 정치 기술의 첫 번째 단계는 상대방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겼던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면 쌍방의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집중도도 높아진다. 상대방이 반격에 나서면 수치는 더 높아진다. 긍정적 신호다. 단, 너무 나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나중에 수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긴장 고조 국면은 너무 짧아도, 너무 길게 끌어도 안 된다. 사안별로 쌍방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그때그때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국면 전환은 극적일 때 효과가 배가된다. 그야말로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다. 분쟁 전략에서 주의할 점은 너무 잦으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정치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며, ‘나쁜 정치’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치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정치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며, ‘나쁜 정치’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4 인맥은 양보다 질
많은 이들이 사회생활에서 인맥은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영업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맥의 양보다 중요한 건 질이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 안팎의 인맥을 광범위하게 쌓아 나쁠 건 없지만, 무엇보다 회사 내 핫라인과 끈끈한 사이로 엮여야 한다. 확실하게 끌어주는 상사 한 명만 있어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다. 기업의 핫라인은 물론 사주나 CEO 라인이다. 물론 그들은 직원들에게 ‘줄을 서지 말라’고 역설하지만 이 말에는 ‘나 이외 다른 사람 밑에 줄을 서지 말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5 무한 경쟁 시대에 을이 살아남는 법
직장생활에서 갑들이 탐내는 슈퍼 을의 공통점은 최고의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정보력, 영업력, 요리사라면 아주 특별한 레시피 같은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자기 포장과 거래 능력은 양념이다. 거래의 기본은 서로의 양극단을 확인한 뒤 중간의 어떤 지점에서 절충안을 찾는 것이다. 나의 강점을 설명할 때는 포지티브 전략을, 남의 단점을 설명할 때는 네거티브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네거티브 전술은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본인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거나, 상대가 반발해 거래가 무산될 수도 있다.

6 갑은 권력의 80%만 발휘하라
‘갑질’을 잘하려면 권력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갑은 지위로 인해 외부로부터 견제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렇다 보니 독주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판단을 잘못 내리면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외롭고 두렵다. 이 때문에 측근에게 과도하게 의지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러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고독을 다스리고 무수한 두뇌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또한 성공한 갑들은 권력을 행사하는 데 신중하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의 80% 정도만 발휘한다는 통계도 있다.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면 결국 자기 발등을 찧게 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7 논리와 도덕으로 위기를 탈출하라
직장생활에서든 사회생활에서든 뜻하지 않은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질병은 치료하면 되고 천재지변은 복구하면 되지만, 몹쓸 사람으로 찍히면 답이 없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은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 하고, 상대는 ‘나쁜 사람’이 돼야 한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최고의 무기는 논리와 도덕이다. 관전자들에게 ‘나는 의로운 사람이지만 불의에 희생당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그래야 당장은 타격을 입더라도 나중에 재기할 수 있다.

글·김명희 기자|사진·지호영 기자, REX 제공|참고도서·인생은 정치다(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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