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을 때 벨기에의 콜라쉬니 형제는 ‘일종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 메일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온 것이었고, 발신자는 거장 영화감독 데이빗 핀처였다. 내용인즉슨 “곧 개봉할 영화의 예고편과 당신들의 ‘특별한’ 노래가 완벽하게 어울릴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벨기에의 작은 마을 출신으로 클래식을 전공한 두 형제가 받을 만한 메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청은 곧 사실로 드러났고, 이들 형제가 이끄는 여성합창단 ‘스칼라 앤 콜라쉬니브라더스’가 아름다운 어쿠스틱 사운드로 재해석한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은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예고 동영상에 담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 동영상은 전 세계 2억 5000만 명과 만났다.
‘스칼라 앤 콜라쉬니브라더스’는 클래식 록과 인디 송을 비가풍의 성가로 재창조한다. 이들이 피아노와 합창으로 만들어내는 음악적 성과는 듣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들이 창단할 때 정통 클래식만을 노래하던 합창단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스칼라 앤 콜라쉬니브라더스’의 공연장은 늘 클래식 팬과 록뮤직 팬이 뒤섞여있다. 이들은 록밴드처럼 세 대의 버스를 타고 투어여행을 한다. 연주장소는 교회에서부터 록 콘서트홀까지 제한이 없다. 독일에서는 5만명, 캐나다에서는 4만명 앞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스칼라 앤 콜라쉬니브라더스’가 한국 팬들과 만나기 위해 내한공연을 펼친다. 10월 2일 순천공연을 시작으로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6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
‘스칼라 앤 콜라쉬니브라더스’는 해외에서 공연할 때마다 초청국의 대중음악을 새롭게 해석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왔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도 궁금하다. 콜라쉬니 형제 중 스티븐은 이렇게 말했다.
“전통적인 합창단은 아주 좋지만 항상 똑같고 오래된 음악들을 반복해서 연주한다. 그것은 커버 버전과 같은 것이다. 베토벤 5번 교향곡은 셀 수 없이 많은 커버 버전이 있다. 나는 이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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