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소설 ‘천강에 비친 달’(작가정신)은 훈민정음을 만든 주역이 속리산 법주사 복천암에 머물던 신미 대사라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정찬주 작가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세종과 신미 대사를 중심으로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팩션’(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이지만 기본 줄거리는 여러 고문헌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조선시대 유교 문화에서 한자가 아닌 별도의 문자 창제가 커다란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어 집현전 같은 국가기관에서 훈민정음 창제를 주도하기는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집현전 학사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서 “학사들 중 누구도 훈민정음의 오묘한 원리를 알지 못한다”고 썼다. 정 작가는 “언뜻 겸양의 표현처럼 보이지만 집현전 학사들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창제 작업이 비밀리에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훈민정음을 만들면서 모델로 삼은 범어(梵語·산스크리트어)에 관해 신미 대사가 당대 최고 전문가였으며, 그가 세종의 부름을 받고 수시로 궁궐을 출입한 점도 유력한 증거로 꼽았다. 정 작가는 지난해 범어 연구를 위해 남인도로 여행을 떠난 얘기를 꺼냈다. “남인도에서 쓰이는 타밀어는 범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타밀어와 우리말을 비교하면 유사어가 1000개가 넘어요. 엉덩이를 타밀어로는 ‘궁디’라고 하더군요.”
그는 세종이 신미 대사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라는 존호를 내리라고 세자에게 유언한 사실도 들었다. 정 작가는 “국왕을 도와 세상을 이롭게 했다는 뜻의 ‘우국이세’ 존호는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의 공을 기린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