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같은 우리네 변호사, 사실적으로 그렸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웹툰 ‘…조들호’ 단행본 엮은 해츨링
만화로 딱딱한 법 알기쉽게 풀어

‘동네 변호사 조들호’ 단행본을 든 해츨링 작가. 그는 “법 만화에서 법 정보와 재미 중에 무엇이 중요하냐”라는 질문에 딱 잘라 “재미”라고 답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네 변호사 조들호’ 단행본을 든 해츨링 작가. 그는 “법 만화에서 법 정보와 재미 중에 무엇이 중요하냐”라는 질문에 딱 잘라 “재미”라고 답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오.”

2012년 10월 말 경북 경주시 대구지법 경주지원. 중년의 판사가 수상한 남자를 불러 세웠다. 판사는 한 달 가까이 거의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법정에 들어와 무엇인가를 적고 그리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수상한 남자는 “법정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첩을 들어 보였다. 그의 수첩에는 판사의 손가락에 낀 골무와 팔에 찬 토시, 법조인 특유의 말투와 몸짓, 재판정 내부의 사람과 물건의 위치 등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판사는 가당치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해츨링(본명 김양수·32) 작가가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준비하면서 겪은 일이다. 당시 만화가 데뷔를 준비하던 그는 그해 경기 의정부시의 한 시장에서 활약하는 동네 변호사 기사를 읽고 법률 만화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다른 만화와 차별화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살던 경주의 법원은 물론이고 대구법원이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법정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법정은 그에게 낯설었다. 실제 법정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극적인 장면들과 달랐다. 그는 “판사는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 같고, 변호사는 민원 처리를 기다리는 민원인처럼 보였다. 만화 속에 이런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렸다”고 했다.

그는 법학과 거리가 한참 먼 디자인과 출신.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부족했다. 아는 변호사가 없어 법률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무작정 글을 올렸다. ‘만화가인데 법 관련 만화를 그리려고 하니 도움을….’

그는 “일면식도 없는 박진희 변호사(법무법인 동서양재)가 연락이 왔다”며 “돈도 안받고 꼬치꼬치 캐묻는 제 질문에 흔쾌히 답을 해줘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법학대학원에 다니는 후배의 도움도 받았다.

드디어 지난해 3월 네이버 웹툰에 ‘동네 변호사 조들호’란 제목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를 시작했다. 들호는 ‘들판의 호랑이’라는 뜻. 지난달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했고 법무부가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만화 속 주인공 조들호 변호사는 검사 시절 거대 로펌 대표의 사위가 돼 출세가도를 달리지만 검찰 조직의 비리를 견디지 못해 이를 고발하고 동네 변호사로 변신한다.

작가는 조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나 서민을 돕는 과정에서 청소년보호법, 모자보건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 딱딱한 법을 알기 쉽게 만화에 녹였다. 그는 “만화를 읽는 변호사들이 ‘속 시원하다’ ‘재밌게 보고 있다’는 댓글을 달 때 보람을 느낀다”며 “법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것으로 사람의 가치가 우선이고 법은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다”라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동네 변호사 조들호#해츨링#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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