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대디 러브’를 통해 악인의 심연을 들여다본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자선(自選)집.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인 그는 ‘악몽’을 테마로 1995∼2010년 발표한 작품 중에서 단편 여섯 편과 중편 한 편을 직접 선별했다.
“거대한 배 속, 거대한 심장이 쿵 쿵 쿵 뛰며 맹목적으로 생명을 길어 올렸던 곳. 심장이 하나 있어야 할 자리에 둘 있었다. 악마 형제는 더 크고 게걸스러웠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작았다.”
‘세계환상문학대상 단편상’을 수상한 ‘화석 형상’은 쌍둥이 아들을 임신한 여성의 자궁 속을 꿰뚫어 보며 시작된다. 악마 형제(에드거)는 “대체 왜 다른 존재가 여기 있는 거지. 나만 있어야 하는데”라며 자궁 속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이는 것도 부족해 작은 형제(에드워드)의 뒤통수에 이마를 대고 꿀꺽 씹어 삼키고 싶은 욕구를 발산한다. 건강한 악마 형제는 어릴 때부터 몸이 쭈그러든 듯한 병약한 작은 형제를 괴롭혔다. 훗날 악마 형제는 국회의원으로 성공하고, 작은 형제는 등뼈 꺾인 모습으로 기괴한 작품을 만드는 언더그라운드 예술가가 됐다.
오랫동안 둘은 떨어져 살았지만 매년 생일이면 서로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순간 파멸한 악마 형제는 다시 작은 형제를 찾는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악마 형제가) 보호하듯 자신의 몸을 동생의 불구의 몸에 맞췄고 이마를 다정하게 동생의 뒤통수에 대고 있더군요. 두 형체는 한데 얽혀 돌로 굳어진 혹투성이 유기체처럼 서로를 감고 있었습니다.”
다른 단편들도 ‘쿵 쿵 쿵’ 심장을 자극하는 강렬한 이야기다. 상대를 증오하면서 동시에 갈망하는 쌍둥이의 이중심리를 그린 ‘알광대버섯’에서도 형제는 ‘기괴하게 합쳐져서 마치 한 몸’처럼 죽는다. ‘베르셰바’에선 의붓아버지를 외딴 곳으로 유인해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는 딸이, ‘아무도 내 이름을 몰라’에는 평소 질투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소망하는 소녀가 등장한다. ‘머리 구멍’도 기괴한데, 신경외과 의사에게 열등감을 가진 성형외과 의사에게 머리에 구멍을 내는 ‘개공술’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찾아온다는 설정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자 괴로워하고 좌절한다. 존재를 확인받으려고 타인을 해치기도 하고 선의를 베풀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고립된다. 가까이 가려 할수록 멀어지는 사람들, 점점 혐오스러운 자신들.
‘악몽’ 속 등장인물들이 감정을 폭발적으로 분출할 때 그들 모습에서 찰나의 순간,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내가 보였다. 내 안에 그들이 있고, 나와 그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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