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의 뫔길]‘금기 해제’ 논란… 가톨릭 교회 선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얼마 전 대구를 방문했다 40대 중반의 A 신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가톨릭 교리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동성애와 여성사제, 낙태와 피임 등 그동안 가톨릭이 금기시해 온 단어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신부님, 세상이 어쩔 수 없이 변해가고 있는데 가톨릭교회가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인정하게 될까요?”(기자)

“….”(A 신부)

“동성애 문제 아닐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도 동성애와 관련해서는 동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기자)

침묵을 지키던 A 신부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세 문제는 교회가 가까운 미래에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가톨릭은 어느 종교보다도 역사성을 중시한다”며 “그 역사성의 핵심인 성경에서 셋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교황의 동성애에 대한 몇몇 발언도 인간적인 차원의 배려라며 동성애를 교회에서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현재 교황청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 회의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결혼과 이혼, 피임과 낙태, 동성애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교황과 이 대회에 참석한 주교들이 ‘성교육’도 받았다고 하네요. 아마도 대회 주제 때문인 듯합니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한 부부가 고위 성직자들 앞에서 55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한 비결을 ‘성적 매력’이라고 설명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동정적인 입장도 밝혔다고 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년)는 20세기 들어 가톨릭교회를 근본적으로 바꾼 중요한 계기로 여겨집니다. 자국어 미사와 전례를 인정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등 가톨릭교회 현대화와 개방화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만약 A 신부의 예측과 달리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이들 금기에 수정을 가한다면 그 충격과 논란의 강도는 지구촌 전체를 흔드는 핵폭탄 수준일 겁니다.

교황청은 내년 10월까지 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한 뒤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저도 몹시 궁금하네요.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가톨릭#금기#결혼과 이혼#피임과 낙태#동성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