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佛대통령과의 사생활 시시콜콜 담아 출판계 석권… 영화판권 구입 경쟁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올랑드의 前동거녀 회고록 ‘이 순간을 감사해요’

프랑스에서 9, 10월은 출판계의 대목으로 꼽힌다. ‘문학의 개학(rentr´ee litteraire)’이라 불리는데 올해도 607종의 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요즘 출판계가 울상이다.

9월 5일 발간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전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 씨(49)의 회고록 ‘이 순간을 감사해요(Merci pour ce moment·사진)’의 돌풍이 계속돼 신작 책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서점 주인들이 “명예훼손 여지가 있고 혐오감을 준다”며 판매 거부를 밝혔다가 독자들로부터 “서점이 책을 검열하느냐”는 빈정거림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이 출간됐을 때 여론조사를 한 결과 프랑스인의 3분의 2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발간 첫날의 판매기록은 영국작가 E 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3배나 높았다. 이후 한 달 만에 54만 부가 팔려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 책은 올랑드 대통령과의 9년간의 연애 관계, 엘리제궁에서의 18개월, 올 1월 이별 후의 사적인 이야기를 낱낱이 드러냈다. 책 제목 ‘이 순간을 감사해요’는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했을 당시 올랑드 대통령이 보낸 문자메시지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그동안 보관해온 수백 개의 문자메시지를 바탕으로 책을 썼기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은 이 책에 대해 별다른 항의도 못했다.

영미권 언론에서는 프랑스의 기존 가치관을 ‘배신’한 이 책의 성공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프랑스인은 정치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관음증처럼 즐기는 것은 앵글로색슨의 문화로 치부해왔기 때문이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책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다는 사회당 출신의 올랑드 대통령이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을 경멸했다고 폭로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프랑스 서부 도시 앙제에서 장애인 아버지와 아이스링크 매표소에서 일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책에서 “올랑드가 나를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나오는 ‘코제트’라고 불렀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이 빠진 사람들(les sans dents)’이라고 조롱했다”고 썼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트리에르바일레르 씨는 인세 수입으로 130만 유로(약 17억5200만 원)를 벌어들였다. 곧 영문판이 출간될 예정이고,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판권 구입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당시 신고한 재산은 117만 유로(약 15억7700만 원).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올랑드에게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고 모욕을 당한 트리에르바일레르 씨가 책 한 권으로 올랑드보다 더 부자가 돼 복수에 성공했다”고 평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 씨가 ‘2탄’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도 출판계에 나돌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의 전 동거녀이자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세골렌 루아얄 환경장관에 대한 폭로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 순간을 감사해요#문학의 개학#올랑드 대통령#발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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