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열린 한일 문학낭독회 ‘문학은 개인의 통로’ 행사에서 한일 소설가들이 각자의 소설을 낭독한 뒤 감상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이현, 에쿠니 가오리, 통역자, 쓰지하라 노보루 씨.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러분, 한국어로 번역된 소설을 읽으면서 저의 낭독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소설가 쓰지하라 노보루 씨(69)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수상작인 자신의 소설 ‘고엽 속의 푸른 불꽃’을 일본어로 낭독하기 시작했다. 한국 독자들은 낭독 목소리에 귀를 열고 한국어로 번역된 소설을 눈으로 따라 읽었다. 행사장에 온 출판사 마음산책 박지영 편집자는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작가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며 “낭독자가 지금 어떤 문장을 읽고 있는지 신기하게도 다 알 수 있는데 문학이기에 가능한 일 같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쓰지하라 씨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 정이현(42), 에쿠니 가오리 씨(50)가 ‘문학은 개인의 통로’라는 제목의 낭독회를 열었다.
한일문화교류회의(위원장 정구종)와 일한문화교류회의(위원장 가와구치 기요후미)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일 문학가들의 교류가 이어져 양국 간의 넓고 큰 소통의 장이 열리길 바라는 자리였다. 지난해에도 일본 요코하마에서 쓰지하라 씨의 사회로 에쿠니 씨와 정 씨가 ‘말의 음률을 타고’를 주제로 낭독회를 열었다.
정 씨는 한국어로 소설집 ‘말하자면 좋은 사람’ 중 ‘또다시 크리스마스’를, 에쿠니 씨는 일본어로 나오키 상 수상작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 ‘생쥐 마누라’를 낭독했다.
참가 작가들은 한일 양국의 소통과 교류를 기대했다. 정 씨는 “문학은 서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외국인과도 닿을 수 있게 이어주는 것이 바로 문학이라는 공통 언어”라고 말했다. 에쿠니 씨는 “문학이 통로라면 그 통로는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란 생각을 했다. 소설을 읽으면 자신에게 들어가는 작은 길을 걷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편 22일 오후 8시에는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한일 문화교류 ‘동행’ 공연이 열린다. 한국은 중요무형문화재 승무 예능보유자 이애주 씨의 ‘태평무’와 디딤무용단의 구정놀이,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강강술래 등을 선보인다. 일본은 중요무형문화재 종합지정 보유자 사쿠라마 우진 씨의 ‘노(能)’ 등을 준비했다.
정구종 위원장은 “한일 간 정치, 외교적인 냉기류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으나 문화교류는 스스럼 없이 두 나라 사이를 넘나들면서 정서의 공유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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