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인간과 괴물, 누가 더 가련한 피조물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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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랑켄슈타인’

연극 ‘프랑켄슈타인’에서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천재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왼쪽). 연극열전 제공
연극 ‘프랑켄슈타인’에서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천재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왼쪽). 연극열전 제공
새삼 또 웬 ‘괴물’ 이야기인가 했다.

올 초 프랑켄슈타인은 할리우드 영화로도 소개됐고, 3월에는 대형 창작뮤지컬로도 제작돼 큰 성공을 거뒀다. 이번엔 연극이다.

200년 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영화와 뮤지컬, 연극이란 각기 다른 옷을 갈아입든 새삼 뭐가 다를까 싶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극이 시작되고 10분쯤 지났을까, 연극은 프랑켄슈타인의 시각이 아니라 그가 만든 피조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단순한 시선의 이동이었지만, 그간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구도였기에 신선했다.

러닝타임 내내 작품은 피조물의 심리에 집중한다. 자신을 창조한 천재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버림받은 피조물이 눈먼 노인 드라쎄를 만나 언어와 세상을 배우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피조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메스꺼운 감정보단 그런 인간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피조물의 연민이 더 물씬 느껴진다.

작품은 괴물과 인간의 이분법적 구도 속에 실상 현대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피조물은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상처받은 인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리고 그에게 고통을 가하는 프랑켄슈타인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만한 여러 가해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관객들이 극을 보고 난 뒤 ‘함부로 인연 맺지 말라’ 한 법정 스님의 말처럼 무대의 인물들에 대한 연민을 통해 호기심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인간관계의 답을 찾길 바란다”고 밝힌 조광화 연출의 의도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피조물 역의 배우 박해수의 연기는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전기 자극을 통해 창조되는 과정, 두 발을 딛고 일어설 때까지 겪는 숱한 실패, 인간의 행동과 언어에 익숙해지는 성장 과정을 빈틈없는 연기로 그려냈다. 11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관람료 3만∼6만 원. 02-580-130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프랑켄슈타인#박해수#피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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