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의 허망한 죽음은 모두를 몹시도 아프게 한다. 그가 27일 세상을 떠난 후 남은 이들은 신해철과 그의 음악을 말하며 휴대기기로 옛 음악영상을 들여다본다. 28일 인터넷과 SNS 등 사이버 공간은 그가 남긴 노래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트위터는 저마다 신해철의 노래와 얽힌 추억 한 자락씩을 말하는 글들로 넘쳐난다. 페이스북과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그의 출세작 ‘그대에게’부터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안녕’ ‘재즈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날아라 병아리’ ‘인형의 기사’ ‘일상으로의 초대’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 등 대표곡들이 무한 재생되고 있다. 그만큼 신해철은 청춘을 지배했던 우상이고, 추억의 아이콘이다.
유난히 신해철이란 가수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것은 그의 노래에 담긴 ‘시대정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히트곡을 가진 가수, 인기가수는 많았지만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는 그렇지 않다. 그는 1988년 ‘대학가요제’로 데뷔해 무한궤도, 넥스트, 노댄스, 모노크롬 등 실험적 밴드와 솔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발표하며 날카로운 의식과 철학적 시선으로 1990년대를 자신의 ‘시대’로 만들었다.
그가 떠난 후 세상에 울려 퍼지는 노래는, 새삼 신해철이란 가수가 외롭게 걸어온 그만의 길이 저평가된 게 아니냐는 아쉬움과 더불어 그와 같은 시대정신을 가진 뮤지션의 등장을 바라는 아쉬움의 표현이란 분석이다.
이날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은 조용필은 “고인은 뮤지션으로서 모험정신이 대단한 친구였다. 나 역시 그에게 음악에 대해 물은 적도 있다”면서 “훌륭한 뮤지션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빈소엔 조용필 외에도 첫날부터 많은 동료들이 찾아와 고인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했다. 배철수 김수철 이승철 김현철 싸이 등이 영정에 고개를 숙였다. 조문이 시작된 이날 오후 1시부터 밤늦도록 조문행렬은 길게 이어졌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현재 ‘그대에게’ ‘내 마음 깊은 곳에 너’가 멜론, 지니 등 여러 음악사이트 순위권에 오르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내 장례식에서 울려 퍼질 노래”라고 지목한 ‘민물장어의 꿈’은 벅스뮤직 등의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