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꼽은 자신의 대표작은 무엇일까. 또 자신의 시 중 대중이 가장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시와 낭독하기에 좋은 시는 어떤 작품일까.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삼인·사진)는 이런 세 가지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한국작가회의가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발간했다.
40주년기념행사준비위원회는 “‘우정’을 천명하며 마련됐고, 망라란 애당초 불가능하고, 수록 필자들이 한국문학을 온전히 대표한다고 할 수도 없지만 밖으로 세대와 유파별, 안으로 작가 개인 작품 세계의 ‘샘플링’으로서는 현재의 최선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책에는 시인 60명이 세 가지 물음에 답하는 시 3편씩 180편이 수록됐다. 고은 민영 신경림 등 원로부터 이성복 정호승 김혜순 황인숙 같은 중견 시인, 이설야 유병록 박준 등 신진까지 두루 참가했다. 게재 순서의 기준은 나이.
고은 시인은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문의마을에 가서’ ‘화살’을 각각 골랐다. 신경림 시인은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를, 정호승 시인은 ‘자작나무에게’ ‘수선화에게’ ‘바닥에 대하여’를 선정했다. 시인이 아끼는 시와 독자가 사랑하는 시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소설가 8명과 평론가 4명은 ‘왜 쓰는가’란 질문에 답했다. ‘책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있는’ 집에서 ‘TV 앞에 망부석처럼 앉아 있던 아이’였던 소설가 김숨은 이렇게 답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쓰는 것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는 것처럼 저의 일상 중 한 부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소설을 쓸 때 스스로 가장 성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소설이 제게 준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론가 김형중은 ‘공갈 젖꼭지’에 비유했다. “입에 물 때마다 매번 우리는 ‘절대 젖꼭지’를 기대하지만, 물리느니 항상 애타는 공허뿐이다. (중략) 그 허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쓰고 또 쓴다.”
행사준비위원회는 책에 실린 시를 낭송하는 행사를 다음 달 13, 14, 17, 19, 20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 계획이다. 40주년 기념행사는 22일 오후 5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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