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폴 매카트니가 발표한 ‘러블리 린다’의 가사는 이게 전부다. 42초 동안 이 소절만 두 차례 읊조리는, 그가 만든 곡 중 가장 짧은 노래다. 비틀스 해체 선언 직후 내놓은 첫 솔로 앨범에 1번 트랙으로 실렸다. 린다는 한 해 전 결혼한 아내의 이름. 비틀스의 분열과 종결을 인정하고 홀로서기를 결심하며 마음속으로 무엇을 붙들고 의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98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 작품 200여 점을 모은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회고전이 내년 4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남편 인지도 덕을 본 스타뮤지션 전문 사진가로 오해하기 쉽지만 그는 결혼 전 이미 주목받는 작가였다.
미술사를 전공한 뒤 1960년대 중반부터 사진 일을 시작한 린다는 1968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팝음악 전문지 ‘롤링스톤’ 표지에 작품을 게재했다. 저작권자인 폴이 언론매체 공개를 허가하지 않은 4층 전시실 그 사진의 모델이 누군지, 언뜻 봐서는 알아맞히기 어렵다. 상상으로 뿔테 안경을 씌우고 턱수염을 붙여보자. 사진 속 뽀얀 얼굴의 청년은 스물세 살 에릭 클랩턴이다.
린다가 촬영한 짐 모리슨(도어스), 믹 재거(롤링스톤스), 재니스 조플린, 닐 영의 얼굴은 하나같이 그리 멋져 보이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무릎 위에 피사체 쪽으로 카메라를 올려놓은 채 이야기를 나누며 셔터를 눌렀다. 하품하는 지미 헨드릭스의 모습을 통해 렌즈 앞 인물을 린다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무장해제시켰는지 알 수 있다.
반목과 타협의 도돌이표로 얼룩진 비틀스 네 멤버의 사연을 아는 팬이라면 한동안 발길을 멈출 사진이 적잖다. 린다는 1967년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를 찾아가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에게 비틀스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새 앨범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발매 기념 파티에서 비틀스를 처음 만났다. 3층 전시실에 술잔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아 헤벌쭉 웃는 네 멤버의 그날 사진이 있다.
어린아이처럼 그늘 한 조각 없는 웃음을 머금은 채 서로 딱 달라붙어 작업에 몰두하는 존 레넌과 폴의 모습. 해체 한 해 전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을 선뜻 믿기 어렵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레넌과 오노 요코를 함께 담은 사진도 걸려 있다. 검은 옷의 오노가 레넌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두 눈만 살짝 내밀었다. 폴이 직접 고른 사진이다.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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