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거장들,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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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 회고전

영국 런던 플레이백 스튜디오에서 린다 매카트니가 촬영한 비틀스 멤버 존 레넌과 아내 오노 요코. 린다의 남편 폴 매카트니는 레넌을 따라 녹음실에 드나드는 오노에 대해 뚜렷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1968 Paul McCartney / photographer: Linda McCartney
영국 런던 플레이백 스튜디오에서 린다 매카트니가 촬영한 비틀스 멤버 존 레넌과 아내 오노 요코. 린다의 남편 폴 매카트니는 레넌을 따라 녹음실에 드나드는 오노에 대해 뚜렷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1968 Paul McCartney / photographer: Linda McCartney
“사랑스러운 린다. 머리에 사랑스러운 꽃을 꽂았네요.”

1970년 4월 폴 매카트니가 발표한 ‘러블리 린다’의 가사는 이게 전부다. 42초 동안 이 소절만 두 차례 읊조리는, 그가 만든 곡 중 가장 짧은 노래다. 비틀스 해체 선언 직후 내놓은 첫 솔로 앨범에 1번 트랙으로 실렸다. 린다는 한 해 전 결혼한 아내의 이름. 비틀스의 분열과 종결을 인정하고 홀로서기를 결심하며 마음속으로 무엇을 붙들고 의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98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 작품 200여 점을 모은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회고전이 내년 4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남편 인지도 덕을 본 스타뮤지션 전문 사진가로 오해하기 쉽지만 그는 결혼 전 이미 주목받는 작가였다.

결혼 한 해 전인 1968년 런던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폴과 린다의 모습. 둘 사이에 태어난 딸 메리와 스텔라는 사진가와 패션디자이너로, 아들 제임스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결혼 한 해 전인 1968년 런던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폴과 린다의 모습. 둘 사이에 태어난 딸 메리와 스텔라는 사진가와 패션디자이너로, 아들 제임스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미술사를 전공한 뒤 1960년대 중반부터 사진 일을 시작한 린다는 1968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팝음악 전문지 ‘롤링스톤’ 표지에 작품을 게재했다. 저작권자인 폴이 언론매체 공개를 허가하지 않은 4층 전시실 그 사진의 모델이 누군지, 언뜻 봐서는 알아맞히기 어렵다. 상상으로 뿔테 안경을 씌우고 턱수염을 붙여보자. 사진 속 뽀얀 얼굴의 청년은 스물세 살 에릭 클랩턴이다.

린다가 촬영한 짐 모리슨(도어스), 믹 재거(롤링스톤스), 재니스 조플린, 닐 영의 얼굴은 하나같이 그리 멋져 보이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무릎 위에 피사체 쪽으로 카메라를 올려놓은 채 이야기를 나누며 셔터를 눌렀다. 하품하는 지미 헨드릭스의 모습을 통해 렌즈 앞 인물을 린다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무장해제시켰는지 알 수 있다.

1967년 촬영한 3인조 밴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왼쪽부터 베이시스트 노엘 레딩, 드러머 미치 미첼, 하품하는 기타리스트 헨드릭스.
1967년 촬영한 3인조 밴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왼쪽부터 베이시스트 노엘 레딩, 드러머 미치 미첼, 하품하는 기타리스트 헨드릭스.
반목과 타협의 도돌이표로 얼룩진 비틀스 네 멤버의 사연을 아는 팬이라면 한동안 발길을 멈출 사진이 적잖다. 린다는 1967년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를 찾아가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에게 비틀스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새 앨범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발매 기념 파티에서 비틀스를 처음 만났다. 3층 전시실에 술잔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아 헤벌쭉 웃는 네 멤버의 그날 사진이 있다.

어린아이처럼 그늘 한 조각 없는 웃음을 머금은 채 서로 딱 달라붙어 작업에 몰두하는 존 레넌과 폴의 모습. 해체 한 해 전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을 선뜻 믿기 어렵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레넌과 오노 요코를 함께 담은 사진도 걸려 있다. 검은 옷의 오노가 레넌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두 눈만 살짝 내밀었다. 폴이 직접 고른 사진이다. 02-720-0667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린다 매카트니#폴 매카트니#비틀스#존 레넌#오노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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