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의 뫔길]4대 종단 축구대회, 모두가 승자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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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어느 종단이 가장 잘 할까요?

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4대 종단(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성직자 축구대회가 열렸습니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 경기에서 불교가 천주교를, 원불교가 개신교를 각각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결승에서는 원불교가 ‘맏형’격인 불교를 2-0으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국가대표처럼 최정예를 선발한 것이 아니고, 결과론이지만 어쨌든 원불교가 축구 실력은 최강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대회는 2002년 월드컵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시작됐습니다. 이후 해마다 열리며 종교인들이 심신을 단련하고 우의를 돈독히 하는 화합의 장이 됐습니다.

“원불교 축구가 좀 세긴 세죠. 사실 이번 팀은 전국 선발이 아니라 서울교구 중심이었는데 우승까지 했네요. 브라질이 월드컵대회의 쥘리메컵을 영구적으로 가져간 것처럼 우리도 이미 최초로 3회 우승을 달성해 대회 첫 트로피를 소장하고 있죠. 하하.”(정인성 원불교 문화사회부장)

첫 대회부터 단골 멤버로 출전해온 불교팀 주장 지담 스님(홍천 백락사 주지)은 경기에 앞서 “지난해 첫 경기에 패해 4위를 했다. 오늘은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과거에도 축구대회가 있었나 봅니다. 흥미로운 기록이 눈에 띕니다. 1974년 11월 5일자 동아일보 1면 횡설수설 코너에서는 종교인들의 축구대회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포오츠를 통해 종교 간의 반목과 대립을 없애자’는 슬로우건을 내건 전국 종교인축구대회에는 예수교대한감리회 불교 천도교 원불교 대종교 몰몬교 이슬람교 통일교의 여덟티임이 참가하여 묘기백출로 관중들을 웃겼다.”

더이상 언급이 없어 어떤 묘기가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지금은 활동이 뜸한 대종교와 종교 간 갈등으로 애써 마주하지 않는 모르몬교(예수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 이슬람교 통일교가 참가한 것이 이색적입니다.

종교의 힘이자 역할은 화해와 평화의 실핏줄이 돼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것입니다. 교리나 이해관계, 국제 정치 상황으로 먼저 증오하고 갈등하는 것은 종교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닐까요. 4대 종단 축구대회가 다른 이웃 종교인들도 참여하는 화합의 장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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