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말이 갈기를 휘날리며 기품 있는 자세로 질주한다. 떼를 지은 말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네발로 장단을 맞춰 걷거나 기수의 지시에 맞춰 방향을 180도 트는 등 다양한 기교를 부린다. 곡예사들은 날아다니는 새처럼 공중곡예를 선보인다.
‘인간과 말의 교감’을 주제로 한 승마 곡예 서커스 ‘카발리아(Cavalia)’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11일 내한공연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카발리아는 잘 차려진 밥상 같았다. 본공연의 하이라이트만 공개됐지만 훈련된 50마리의 말과 46명의 곡예사와 기수, 배우들이 펼치는 화려한 기예는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말 위에서 기수들은 베어백 라이딩(안장 없이 말 타는 기술), 로만 라이드(달리는 말 등에 두 발로 서는 기술)로 초반부 흥을 돋웠고, 줄에 매달린 여성 곡예사들은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날아올랐다.
연출은 ‘태양의 서커스’의 공동 설립자인 노만 라투렐이 맡았다. 이날 서울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그는 “카발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말의 교감”이라며 “공연 중 변수가 많은 말의 움직임을 맞추기 위해 6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 12만 L로 호수를 만들고, 20대의 프로젝터와 60m 대형 와이드 스크린을 이용해 숲과 동굴 사막, 화산 등 자연의 느낌이 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얼룩 타악기’ 세션에서 말이 1m 남짓한 높이의 대나무 막대를 뛰어넘으려던 순간 갑자기 멈춰 선 것. 말에 올라탔던 기수 라몬 몰리나 곤살레스가 그 자리에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30초 남짓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대기하고 있던 테크니션들이 투입되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카발리아는 2003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세계 52개 도시에서 400만 명이 관람했다. 12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 옆에 위치한 ‘화이트 빅탑’ 시어터. 관람료는 5만∼25만 원,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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