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작가는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이 사진은 그가 책 프로필 사진으로 계속 사용할 정도로 아끼는 것이다. ⓒ이경은
장편소설 ‘백의 그림자’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쓴 소설가 황정은(38)이 세 번째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를 출간했다. 황 작가는 계간지 ‘창작과비평’에 2012년 가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소라나나나기’란 제목으로 연재한 소설을 1년여 동안 다듬었다.
자매간인 ‘소라’와 ‘나나’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자매의 엄마 ‘애자’는 남편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며 자신과 딸들을 망가뜨렸다. 그래서 ‘소라’는 “나는 어디까지나 소라. 소라로 일생을 끝낼 작정이다. 멸종이야. 소라,라는 이름의 부족으로”라며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나나’가 ‘자그자그’ 태동을 들려주는 아기를 임신하면서 자매는 비로소 ‘계속’을 꿈꾼다. “아기가 태어났는데 세상이 그렇게 끝나버리면 너무 억울하잖아. 모처럼 낳았고 모처럼 태어났는데 그냥, 세계가 끝나버린다면.”
옆집 사는 ‘나기’는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준다.
책에는 여느 소설과 달리 ‘작가의 말’이 없다. 황 작가는 “소설을 다 쓰고 나니 더 쓰고 싶은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인터뷰도 말보다 글이 낫다며 서면으로 하자고 했다.
―소설은 어떻게 구상했나.
“이 소설은 ‘야만적인 앨리스씨’처럼 끔찍한 세계를 압도적으로 경험하고 그 세계에 갇혀버린 인간에게 외(外)가 가능한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됐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란 제목이 계속 울린다.
“소라든 나나든 세계의 지속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살아왔지만 아기를 계기로 ‘계속’을 생각하게 되겠죠. 여태와는 다른 의미로 세계는 어떤가, 내가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테고. 무작정 삶을 계속하는 건 지금 세계의 형편없음이 계속될 뿐이지만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고민을 계속하며 살아보겠다는 의미일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등장인물 이름들이 인상적이다. 한글 이름 같은 소라(小蘿) 나나(娜娜) 나기(7其)를 한자 이름으로 뜻풀이까지 했고 애자 순자도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이름이라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이름으로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이미 유일무이한 존재들이니까요.”
황 작가는 “해가 있을 때, 책상 앞에서, 데스크톱으로 작업”하며 차기작 계획도 “계속 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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