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애증의 3총사, 한 연극서 한 배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조재현-임호-이광기, ‘민들레 바람되어’서 트리플 주연 캐스팅

드라마 ‘정도전’에 이어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로 다시 뭉친 조재현 이광기 임호(왼쪽부터). 이들은 “셋 다 철없고 따뜻한 데다 신발에 깔창을 깔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웃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드라마 ‘정도전’에 이어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로 다시 뭉친 조재현 이광기 임호(왼쪽부터). 이들은 “셋 다 철없고 따뜻한 데다 신발에 깔창을 깔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웃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형, 이거 아이티의 작가가 펜으로 그린 그림이에요. 형에게 선물하려고 가져왔어요.”이광기(45)가 11일 조재현(49)에게 세밀하게 그린 그림이 담긴 까만 액자를 내밀었다. 조재현이 대표로 있는 서울 대학로 수현재컴퍼니 사무실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선물을 받아 든 조재현은 “오, 멋진데!”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임호(44)도 두 형 사이에 고개를 내밀고 그림을 들여다봤다. 》

이들은 드라마 ‘정도전’에서 각각 정도전(조재현) 정몽주(임호) 하륜(이광기) 역을 맡아 권력을 둘러싼 애증을 연출했지만 사실 형제 뺨치게 가까운 남자들이다. 이들이 조재현의 제안으로 연극에서 다시 뭉쳤다. 다음 달 12일 시작하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남편 안중기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된 것.

2008년 초연된 ‘민들레…’는 아내의 무덤가를 찾은 남편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삶과 사랑, 가족의 의미를 짚어보는 잔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이미 해 본 두 배우와 달리 임호는 꼼꼼하게 대본을 분석하고 있다. ‘담배도 가지가지, 성냥도 가지가지∼’라는 가사의 해병대 군가가 실제 음이 어떻게 되는지도 찾아볼 정도다.

극 중 안중기는 약간 철없지만 따뜻한 남편이다. 이광기는 “아내가 제게 ‘나이 들어도 똑같이 철없다’고 자주 말하는데 제가 안중기와 비슷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들은 작품을 하면서 아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밤늦게 들어가면 아내는 늘 지쳐 잠들어 있어요. 작품을 연습하면서 아내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했는지 돌아보고 있어요.”(임호) “동갑인 아내와 24세에 결혼해 곧바로 아이를 낳았어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돼 정신없이 살아온 아내에게 연민을 많이 느껴요. 지금이라도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하게 해주려고 애쓰고 있답니다.”(조재현)

중년에 접어든 이들은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바르고 따뜻한 이미지를 지닌 임호는 제대로 된 악역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성추행하는 직장 상사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도 반듯한 이미지는 변함이 없어요. 고도의 지능을 지닌 악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아주 ‘칼’을 갈고 있다니까요.”(임호)

조재현은 멜로 작품을 꿈꾸고 있다. 이광기가 “형, 멜로야 에로야?”라며 농담을 건네자 조재현은 “파격적인 멜로”라고 되받아쳤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젊은 아이와 사귀는 거죠. 해피엔딩은 아니고 결혼과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면 어떨까요?”(조재현)

노출 연기도 자신 있느냐고 묻자 조재현은 씨익 웃으며 “물론이죠”라고 말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광기는 백남준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했다.

이광기는 드라마 촬영 때와 달리 제작사 대표 조재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전했다. 어지간히 어둡지 않아서는 연습실에 불도 켜지 않는다는 것. 조재현이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라고 엄살을 떨자 임호가 천장을 가리키며 “여기 전구 하나 빼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세 남자의 웃음소리가 한가득 퍼졌다.

12월 12일∼2015년 3월 1일,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수현재씨어터, 4만∼5만5000원. 1544-155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민들레 바람되어#정도전#조재현#임호#이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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