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의 눈엔 무엇만 보입니다. 요리사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읽으며 연회 장면의 상차림에 주목합니다. 건축가는 영화 ‘명량’을 보면서 배의 설계와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프로파일러는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부부가 사는 집에 그림이 걸려 있지 않음을 보고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일 가능성을 간파하기도 합니다. 작품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도움이 되는, 전문가들 눈에만 보이는 무엇을 소개합니다. 첫 회는 강력범죄 전문가가 본 드라마 ‘나쁜 녀석들’입니다. 》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교도소에 복역 중인 죄수들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범죄자를 잡는 수사물이다. 오구탁 반장(김상중)이 지휘하는 수사팀은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출신인 박웅철(마동석)의 힘, 살인청부업자 정태수(조동혁)의 기술, 천재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박해진)의 머리를 합쳐 나쁜 놈들을 사정없이 응징하고 복잡한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한다.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을 지낸 백기종 현대사회범죄연구원 전문위원(60)은 “디테일은 잘 살렸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틀린 점이 많다”고 했다.
죄수 3명은 수사 실적에 따라 감형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수사에 가담한다. 하지만 수사 권한이 없는 일반인이 현행범이 아닌 용의자를 제압해 체포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위법이다. 교도소는 법무부 관할이어서 안전행정부 소속인 경찰이 죄수를 빼낼 수도 없다. 죄수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전자발찌를 채우는 설정도 말이 안 된다. 전자발찌는 검사가 청구해 법원의 명령으로 출소한 전과자에게 보호관찰관이 채운다.
범죄 발생 시 과거에 비슷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렀던 전과자를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일은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거짓 정보에 속는 일이 많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기 밀매에 대해 백 위원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 사채업자를 통한 장기 밀매가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그 대신 중국에서 밀매된 장기가 국내로 반입되는 경우는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말이 안 되는 설정에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이유는 디테일 덕분이다. 특별수사팀의 홍일점인 유미영 경감(강예원)은 자기보다 나이는 많지만 계급은 아래인 오구탁을 “오 반장님”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도 그렇다. 경찰서장은 어깨에 무궁화 네 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무궁화 다섯 개를 겹친 태극무궁화 세 개를 달고 나온다. 백 위원은 “경찰서장은 총경이고, 서울·부산·경기지방경찰청장은 치안정감이다. 드라마의 계급장이 정확하다”고 했다.
오 반장은 죄수들을 사건 현장에 투입하며 “(용의자를) 꼭꼭 씹어 먹어” “물어 뜯어버려”라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확실한 증거를 잡아서) 꽁꽁 엮어 버려” 같은 말을 자주 쓴다.
드라마에는 수사팀이 용의자를 제압한 후에도 분을 이기지 못하고 구타하는 장면이 나온다. 백 위원은 “경찰도 인간이기 때문에 반인륜적인 범죄를 보면 분노한다. 그런 용의자를 체포할 때면 손이 더 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체포에 저항하는 용의자를 제압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라는 규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던 형사가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살해당하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백 위원은 “형사들이 수사 도중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나도 조직폭력배와 맞닥뜨려 몇 개월 동안 입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위험한 현장에 출동할 때는 흉기에 대비해 방검복을 입어야 하지만 수량이 부족해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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