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를… 노래 좀 하는, 웃기는 아줌마로 알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43년차 가수 양희은, 19일 8년만에 새 앨범내는 이유는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의 바에서 만난 가수 양희은의 목소리는 붉은색으로 물들인 그의 짧은 머리처럼 호쾌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의 바에서 만난 가수 양희은의 목소리는 붉은색으로 물들인 그의 짧은 머리처럼 호쾌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요즘 애들은 절 ‘웃기는 아줌만데 노래 잘하는 사람’ 정도로 알고, 젊은 PD들은 제 1970, 80년대 노래를 잘 모르더라고요. 이제 기지개 켜고 마무리를 잘하자는 느낌으로 준비했어요.”

가수 양희은(62)이 난생처음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영상 속에서 양희은은 서울 강남 클럽 앞에서 키스하는 연인에게 “아침 먹자”고 훈계하는 코믹 연기도 선보인다.

19일 나오는 새 앨범 ‘양희은 2014’는 8년 만의 신작이다. 12곡 중 3곡이 음식 얘기다. 양희은과 친한 개그우먼 송은이가 처음 메가폰을 잡은 코믹 뮤직비디오가 돋보이는 1번 곡 ‘나영이네 냉장고’는 후배 연예인 김나영이 올해 초 낸 에세이집 ‘마음에 들어’에서 발췌한 내용을 노랫말로 각색했다.

5번 곡 ‘김치 깍두기’는 1960, 70년대 활약한 여성그룹 ‘김시스터즈’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 9번 곡 ‘막걸리’는 ‘시원하게 부어라 마셔라 즐거워라’ 부르는 질박한 노래.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의 바에서 만난 양희은은 “우리나라 음식의 기본이 밥하고 김친데, 요즘 너무 무너지는 것 같다. TV 음식 프로그램 하면서 이 땅의 정겨운 할머니들도 많이 만났잖나. 우리 음식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특유의 카랑카랑 떨리는 창법은 그대론데 몇 곡은 재즈로, 몇 곡은 모던 포크 스타일로 편곡됐다. 텁텁하되 신선한 요즘 막걸리 같다.

육중완(장미여관), 이한철(불독맨션) 같은 후배들의 가사와 노래가 여럿 담겼다. “남자 후배들과 일하면 아무래도 신선한 기를 받죠. 나이 들면 아이디어도 잘 안 떠오르고 하니까….” 마지막 곡 ‘넌 아직 예뻐’는 양희은과 그 동생 양희경이 듀엣한 노래다.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한계령’ ‘하얀 목련’ ‘상록수’ ‘네 꿈을 펼쳐라’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아침이슬’로 시대를 풍미한 가수는 다시 마이크 앞에 앉아 “가수가 사는 건 노래를 통해서밖에 없다”고 했다.

43년 된 여가수의 새 노래는 다음 달 11∼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들을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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