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생명력 환히 비춘 풍광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전
모네-부댕-코로 등 당대 거장의 회화-소묘 작품 100여점 전시
명화속 공간 재현 메리엘 사진도

폴 위에(1803∼1869)의 ‘해 지는 트루빌 해변’. 프랑스 서북부 항구 도시 트루빌은 노르망디의 자연 풍광을 화폭에 담은 19세기 화가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예술의전당 제공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77)는 한때 사진에 몰두해 붓을 놓다시피 했다. 포토몽타주, 팝아트, 무대연출로 더 잘 알려진 그는 노년에 접어들어 캔버스를 끌어안고 자연으로 나갔다. 호크니가 최근 선보인 풍경화는 예술가에게 주어진 공통의 숙제를 돌아보게 한다.

‘자연의 모습을 나름의 그림에 담아내는’ 원초적 예술 작업의 가치는 19세기 유럽 인상파 화가들에 의해 재조명됐다. 22일∼내년 2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유럽 모던풍경화의 탄생: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전은 클로드 모네, 외젠 부댕, 카미유 코로 등 인상파 화가들과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귀스타브 쿠르베, 라울 뒤피 등 같은 시기에 활동한 거장들이 프랑스 노르망디 풍광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회화 소묘 판화 10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퐁피두센터, 마르모탕 모네미술관 등 30여 개 프랑스 미술관이 협력해 기획했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고요, 바다’(1865∼67년). 리얼리즘 화가 쿠르베는 1859∼69년 노르망디 주변 해안에서 스케치를 한 뒤 화실에서 채색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인상주의의 창시자로 통하는 모네는 10대 때 노르망디에서 16세 연상의 부댕을 만났다. 부댕은 가난한 후배에게 야외 풍경화 작업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내 보길 권했다. 노르망디의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흐린 날 부는 바람에도 비옥한 기운이 가득 스며 있다. 훗날 모네는 자신이 이름 높은 ‘빛의 화가’가 된 공을 부댕에게 돌렸다.

올리비에 메리엘이 2009년 촬영한 ‘르아브르의 유령선’. 센 강 북부 하류의 항구도시 르아브르는 라울 뒤피의 고향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네의 1884년작 ‘에트르타의 고기잡이배’와 1871년작 ‘해변의 카미유’, 부댕이 1885년 발표한 ‘트루빌 해변’과 ‘아브르 지방의 외르 호수’, 1888년작 ‘젖소들’을 함께 볼 수 있다. ‘트루빌 해변’에서 부댕은 행락객으로 북적이는 노르망디 바닷가의 모습을 기록사진 촬영하듯 묘사했다.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바닷바람의 촉촉한 느낌은 완연하다.

부댕은 선배 코로의 풍경화에 영향을 받았다. 부댕은 고향인 노르망디 옹플뢰르 시 외곽 생시메옹 농장에서 쿠르베, 모네 등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옹플뢰르파’를 형성했다. 코로의 그림과 함께 요한 바르톨트 용킨트의 1865년작 ‘옹플뢰르의 생카트린 성당’, 앙리 드 생들리스의 ‘옹플뢰르 시장’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사진작가 올리비에 메리엘이 150여 년 전 화가들이 캔버스에 담아낸 공간을 촬영한 흑백 사진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6000∼1만2000원. 02-580-130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