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슬픔이 있는 곳이 성지다’(해피홈)라는 책을 출간한 송길원 목사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우정사업본부 소속이 아닙니다. 그의 우체통은 세월호 참사 구조작업이 진행되던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돼 있습니다.
그가 낯선 명칭의 우체국장이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던 그는 참사 100일째인 7월 24일 팽목항에 우체통을 세웠습니다. 편지 쓰기가 힐링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그 출발점이었다네요.
“사고 직후를 돌이켜보면 현장에 사람은 많았지만 ‘위로한다’ ‘애도한다’는 식의 백마디 말은 소용이 없었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다 유족이나 그 유족을 위로하고 싶은 시민들 모두 말이 아닌 편지로 자신의 가슴 속 얘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우체통을 세운 뒤 편지 쓰기를 독려하는 우정사업본부 행사가 있었는데 우체통 관리 역할을 맡긴 팽목항 현지 활동가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대신 참석한 송 목사가 행사장에서 우체국장으로 소개됐다고 합니다.
편지들은 전국 어디에서든 수취인을 ‘진도 하늘나라 우체통’으로 하면 팽목항 우체통으로 배달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19일까지 우체통에 들어온 편지는 2243통입니다. 유족을 위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세월호 대책이 미진하다는 주장을 담은 편지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우체통에 돈과 목걸이를 넣은 경우도 있다네요.
“책은 우체통에 모인 편지에 대한 일종의 답신이죠. 영성학자들 연구나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슬픔을 치유하는 데 편지 쓰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송 목사)
책은 편지 사연 일부와 함께 성경 속 재난 심리와 치유를 주제로 다뤘습니다.
한때 ‘웰빙’ 바람이 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의 화두는 웰다잉(Well-dying)으로 바뀐 것 아닌가 합니다. 재난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감정적으로는 슬프지만 ‘나는 어떻게 죽을까’ ‘어떻게 세상과 이별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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