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佛작가 로맹 가리 “나는 창작중독 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2일 03시 00분


◇인간의 문제/로맹 가리 지음/이재룡 옮김/344쪽·1만3000원·마음산책

‘유럽의 교육’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의 산문 모음집. 국내 발간은 처음이다. 저자 탄생 100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1956년 ‘하늘의 뿌리’로 저자가 공쿠르상을 수상한 뒤부터 별세한 1980년까지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33편의 글을 엮었다. 에세이, 대담, 신문과 잡지 기고, 여러 책에 수록한 글이 연대순으로 배열돼 있다.

저자는 저명한 작가이자 불가리아 스위스 볼리비아 미국을 오간 외교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 에밀 아자르란 가명으로 ‘자기 앞의 생’(1975년 공쿠르상 수상)을 썼음이 사후에야 알려진 기인, 권총 자살한 비운의 인간으로서 드라마틱한 생애를 살았다.

그가 문학적 수사가 아닌 거침없는 직설로 토로하는 문학관과 세계관을 이 책을 통해 육성을 듣듯 엿볼 수 있다.

‘내게 있어서 글쓰기란 만병통치약이다. 현실에 대해 비현실성을 통해 나만의 보상을 받는다.…마약을 시도해보려고 한 적도 있다.…올더스 헉슬리(‘멋진 신세계’의 작가)와 함께 실험을 해보았다.…창작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창작 중독 환자다.…인간은 그들이 존재한 이래로 별을 먹었다’ 같은 문장과 기고 등에 풍부하게 들어간 뒷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지루한 대담을 좇아가는 고난보다 달콤하다. 잡다한 산문집 정도로 폄훼하고 흘려버리기엔 흥미로운 건더기가 적잖다. 단, 길고 사변적인 번역체가 거슬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로맹 가리#인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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