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두 기사의 초반은 팽팽했다. 우상귀와 좌상귀에서 대형 정석이 나왔으나 두 기사는 줄 위에서 곡예하듯 균형을 맞춰갔다. 두 정석은 변화가 많아 아마추어들이 실전에서 잘 쓰지 않는다. 워낙 갈래가 많아 한 수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후 바둑은 두 차례 변곡점을 맞는다. 첫 번째가 94. 실착이었다. 이 수는 참고 1도에서 보면 ‘가’다. 너무 탄탄하게만 둔 이 수를 보고 이세돌 9단은 ‘나(실전 95)’로 뛰었다. 일거에 균형추가 흑 쪽으로 기울었다. ‘가’ 대신 백 1로 막았어야 했다. 흑 2로 뛰어들어도 백 3으로 백이 유리한 진행.
또 하나의 변곡점은 141. 참고 2도에서 보면 ‘다’다. 이 수는 흑 1로 한 칸 뛰었어야 했다. 이 틈을 비집고 박영훈 9단은 이득을 보았다. 역전에 성공한 것. 이후 이세돌이 그 차이를 좁히려고 무진 애썼으나 2집 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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