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오페레타, 예습하고 보면 되레 김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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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스티븐 롤리스가 귀띔하는 국립오페라단 ‘박쥐’ 100배 즐기기

국립오페라단 오페레타 ‘박쥐’ 중 2막의 주요 배경이 되는 카바레 박쥐에서의 축제 장면. 이 작품은 1920년대 경제 공황기 오스트리아 빈 상류사회의 위선과 허영, 속물근성을 위트 있게 풍자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오페레타 ‘박쥐’ 중 2막의 주요 배경이 되는 카바레 박쥐에서의 축제 장면. 이 작품은 1920년대 경제 공황기 오스트리아 빈 상류사회의 위선과 허영, 속물근성을 위트 있게 풍자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레타 ‘박쥐’가 11일부터 나흘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2년 초연된 박쥐는 어렵지 않은 오페레타로 대중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독일어 대사 사이사이에 익숙한 유행어가 녹아 있고 삼겹살과 소주 등 한국인 정서에 맞는 장치들이 적절히 배치돼 있다. 2년 전 입소문 덕분인지 기업 등 눈치 빠른 관객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단체 관람 예약 ‘찜’ 경쟁이 상당하다는 게 국립오페라단 측 설명이다.

지난달 26일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2012년에 이어 ‘박쥐’의 연출자로 나서는 스티븐 롤리스씨(58)를 만났다. 그는 때론 진지하게, 때론 익살스럽게 반응하며 ‘오페레타 박쥐를 100배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2012년에 이어 국립오페라단 연말 레퍼토리 공연 오페레타 ‘박쥐’ 연출을 맡은 스티븐 롤리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12년에 이어 국립오페라단 연말 레퍼토리 공연 오페레타 ‘박쥐’ 연출을 맡은 스티븐 롤리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오페레타, 어렵지 않아요”…“사전 공부 금지”

그는 오페레타 ‘박쥐’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오페라를 보러 갈 때 대부분 줄거리를 숙지하고 극장을 찾잖아요. 오페레타 박쥐 공연을 보실 분들은 줄거리에 대한 공부를 절대 하지 말고 오세요.”

의외의 답이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오페레타 장르의 특성 때문”이라며 웃었다. “오페레타는 아리아와 대사, 춤이 한데 섞인 일종의 작은 오페라예요. 오페라와 연극, 뮤지컬의 경계를 오묘하게 넘나드는 매력적인 장르죠. 쉽게 말해 어렵지 않다는 말이에요. 굳이 머리 싸매고 줄거리를 파악해 오지 않아도 100% 즐길 수 있는 게 바로 오페레타죠. 박쥐도 사전 공부 없이 봐야 전개되는 유머와 반전 코드 등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냥 장면에 집중하며 극이 주는 재미에 빠져보세요.”

○ “3막에 등장하는 배우 성지루를 주목하라”

그는 솔직했다. 박쥐 작품의 취약점으로 3막을 꼽았다. “원작 자체가 3막 스토리 라인이 약해요. 그걸 보완하기 위해 술주정뱅이 간수 프로슈 역에 오페라 가수가 아닌 희극 배우를 내세우죠. 2012년 초연 당시에는 개그맨 김병만이 프로슈로 열연했고, 이번 공연에선 감초 배우 성지루가 출연합니다.” 그는 프로슈 역을 ‘3막의 구원투수’라고 칭했다. “3막 스토리가 약하다고 했죠? 근데 의외로 박쥐에서 웃음의 정점은 3막 초반에 찍어요. 프로슈가 쏟아내는 각종 몸개그와 차진 대사에 관객들이 웃음을 빵빵 터뜨리죠.”

그는 2년 전 김병만에게 그랬듯 성지루에게 “당신 마음대로 재미있는 대사를 만들어 오라”고 주문했다. 주변 스태프는 “성지루가 절대 지루하지 않은 대사를 만들어 오겠다고 약속했다”며 박장대소했다. 롤리스는 “성지루는 김병만과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면서 “이번에도 배우의 슬랩스틱을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 재미를 뽑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왈츠의 황제가 작곡한 화려한 아리아에 빠져보세요”

박쥐는 왈츠의 황제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만든 작품이다. 아리아 대부분이 경쾌하고 흥이 넘친다. 여느 오페라와 달리 대사와 노래가 섞여 있다보니 성악가들 또한 발성법을 자유자재로 바꿔야 한다. 롤리스 씨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아리아가 많아 눈은 물론이고 귀도 즐거운 작품이 될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2007년 시니어 두 번째 쇼트 프로그램 곡으로 사용한 게 바로 오페레타 박쥐의 서곡”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초연 때와 같이 특별히 준비한 장면이 있다”며 “2막 카바레에서 샴페인으로 축배를 드는 장면 막바지에 종업원역 가수들이 일제히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출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1∼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관람료 1만∼15만 원, 02-586-528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오페레타#박쥐#국립오페라단#요한 슈트라우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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