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개봉한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전차부대를 소재로 한 영화다. 제작비(6800만 달러·약 753억 원)의 상당 부분을 전투 장면 재현에 쏟았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관객이 들어 최근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의 주인공은 콜리어 하사(브래드 피트)와 신병 노먼(로건 러먼)이지만 ‘퓨리(fury)’라 불리는 탱크의 비중도 작지 않다. 제작진은 2차 대전에 실제로 사용됐던 탱크를 박물관에서 공수해 촬영했다. 전쟁 영화를 빠짐없이 챙겨 보는 전쟁사 전문가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44)는 “탱크와 무기의 고증은 꽤 신경 썼다. 하지만 전투 묘사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했다.
○ 왜 2차 대전 막바지, 전차부대가 주인공일까
영화의 배경은 1945년 4월 독일. 독일군이 연합군에 항복(1945년 5월 7일)하기 직전이다. 미군이 주인공인 2차 대전 영화 중 진주만 공습이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룬 작품은 많지만 전쟁 막바지 독일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흔치 않다. 나 교수는 “적국 내에서의 전쟁은 항복 직전이 가장 극렬하다. 승기는 연합군이 쥐고 있었지만 독일군은 절박하게 싸웠을 것”이라면서 “연합군 역시 당시 소련군이 동쪽에서 유럽을 점령해 오던 상황이라 빨리 독일의 항복을 받고 스탈린의 팽창을 저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 영화의 백미는 M4 셔먼과 티거 탱크의 대결
주인공이 전차부대 소속인 점도 눈에 띈다. 당시 티거 탱크로 대표되는 독일군의 전차는 숫자가 많지는 않았으나 성능은 세계 최강이었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 20여 년간 항공기와 전차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반면 미군의 주력 전차였던 M4 셔먼 탱크는 대량 생산은 했지만 티거 탱크에 비해 성능은 떨어졌다. 티거 탱크가 50t 이상의 중전차인 반면 6·25전쟁에서도 사용된 M4 셔먼 탱크는 30t 정도로 가벼운 전차에 속한다.
나 교수는 퓨리를 비롯한 M4 셔먼 탱크와 티거 탱크가 4 대 1로 격돌하는 장면을 영화의 백미로 꼽았다. 그는 “티거 탱크의 사거리는 1km 정도다. 이런 경우 미군은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 상대적으로 장갑이 얇은 후위나 측면을 공격해야 하는데 영화에서 퓨리가 티거를 상대로 펼친 전술이 이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에선 두 탱크가 굉장히 근접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런 일은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 마지막 전투는 “불가능해 보이는 전쟁”
퓨리 안에서 대원 5명이 독일군 300명을 상대로 싸우는 마지막 전투 장면은 제작진이 가장 힘 준 대목이다. 탱크가 고장 난 상황에서 독일군을 피해 몸을 숨기자는 부하들에게 콜리어 하사는 “남아서 싸우겠다”고 한다. 나 교수는 “영화에선 영웅화했지만 실제 전투였다면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면서 “인접 부대의 피해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길 확률이 희박한 싸움에 참가해 숙련된 탱크 전투 인력을 잃어버리는 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벌어진 독일군과의 전투 역시 현실감이 처진다. 나 교수는 “독일군이 판처파우스트라는 휴대용 대전차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영화처럼 탱크 주변에 다가갈 게 아니라 원거리에서 대전차포 공격만 계속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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