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대는 히말라야의 숨은 진주라 불리는 시킴히말라야의 텐징캉(해발 6010m)에 올라 패러글라이딩을 했다. 이곳은 히말라야 산맥의 동쪽에 있다. 시킴히말라야는 원정대와 트레커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다. 7000m 미등봉만 15개나 된다. 토레풀 베이스캠프에서는 칸첸중가(해발 8586m) 산의 일출과 석양을 함께 볼 수 있다. 꼭두새벽부터 힌두순례자들의 랜턴 불빛들이 줄지어 산을 오른다. 원정대가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동안 밤새 비가 내렸다. 산에서 천둥벼락의 요란한 소리를 들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날 서쪽 안나푸르나 지역에는 폭설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산의 초입은 정글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점점 고도를 높이니 마치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아름다운 계곡이 나타났다.
사람들 또한 순수한 영혼을 가졌고 이들과 만나면 언제나 행복이 솟았다. 원정대는 만년설의 크레바스 지대를 넘어 캠프를 구축했다. 1m 깊이의 눈을 파고 간신히 텐트를 설치했다. 점점 노을로 물들어가는 금빛의 산들은 몽환적이었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서는 바람이 거세 이륙하기 어려웠다. 새벽 공기는 차갑고 바람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비행은 언제나 기다림의 미학이다. 점점 차가운 바람 냄새가 사라지고 흙냄새가 바람에 날렸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그 순간을 타고 나는 훌쩍 대원들을 두고 산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시킴히말라야의 첫 하늘 여행자가 된 것이다.
글·사진=박정헌 원정대장
박정헌 원정대장은 7월 16일부터 시작해 6개월에 걸쳐 걷기와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카약 등을 이용한 무동력 히말라야 횡단에 도전하고 있다. 박대하, 강호, 박상현 등 한국인 대원과 사노 바부 스누아르(네팔), 라주 라이(인도) 등의 대원들이 박 대장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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