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화가 리 선생은 골동품 시장에 마실 나갔다 우연히 그림 하나를 소개받는다. 1894년 일본인이 청일전쟁을 다룬 이 그림에서 리는 전황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각에 흥미를 느낀다. 좀 더 연구해 볼 목적으로 골동품 업자와 상의하던 중, 당시 일본 종군기자들이 찍은 희귀한 사진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고…. 리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본격적으로 사진들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2012년 국내에도 출간된 만화 ‘중국인 이야기’를 그린 저자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고교 졸업 직후 오랜 세월 군에 몸담으며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했다. 이후 신문사 디자이너 등으로 일하다 만화 창작에 뛰어들었다. ‘중국인 이야기’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대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내 가족의 역사’는 솔직히 매우 흥미로운 얘긴 아니다. 그림도 깔끔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 확 눈길을 끌진 않는다. 하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 속에 묵직한 울림이 있는데, 이는 한국도 무관하지 않은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 속에서 상당히 많은 면을 할애한 청일전쟁 사진들은 지금은 잊혀져 가는, 허나 결코 잊어선 안 되는 과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뭣보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픔이나 분노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를 되새겨 보는 작업들은 진정으로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이를 저자는 묵묵한 필치로 풀어내는데, 다소 국수적 입장이 배어나는 대목도 있어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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