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현의 떨림이 청아한 소리와 함께 귓가로 전해진다. 연주자의 들숨과 날숨도 간간이 들려온다. 가야금 악기 본연의 울림과 주변 공간의 여음이 가야금 선율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씨(78)가 ‘정남희 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 앨범을 발매했다. 황 명인은 8일 “내 생애 마지막 가야금 산조 앨범이 아닐까 싶다”며 “마지막 앨범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최고의 선율을 만들어 내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앨범의 콘셉트는 한옥의 사랑채 공간을 활용한 옛 풍류방의 음악이다. 그는 “옛 방식 그대로 가공되지 않은 원음 그대로를 음반에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앨범에선 내가 연주하며 내쉬는 숨소리와 악기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잡음까지도 모두 들을 수 있다. 이를 인위적으로 없애지 않고 연주의 일부로 수용해 살려뒀다”고 했다. 이를 위해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마이크를 대여해 녹음작업을 마쳤다.
이 앨범은 총 2장의 CD로 구성돼 있다. 1번 CD에 담긴 산조의 연주시간은 무려 70분에 달한다. 대개 가야금 산조의 연주시간은 40∼50분이다.
“목수가 가구를 짜듯 지난 63년간 가야금 연주자로 살며 스승인 김윤덕의 스승 정남희의 산조 가락을 손질하고 내 방식으로 보충했다. 산조 연주의 결정판을 1번 CD에 담았다고 자부한다.”
2번 CD에는 짧게 축약한 세 개의 산조 연주가 실려 있다. 이번 앨범의 특징 중 하나는 여느 가야금 산조와 달리 ‘추임새’가 없다는 점이다. 그는 “산조를 듣는 사람들이 음악 자체에 몰두해 관조적으로 감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추임새를 뺐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