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했다. 400년간 이집트에서 노예로 핍박받던 히브리인(이스라엘 유대민족) 40만 명이 약속의 땅 가나안(현 팔레스타인)에 가기 위해 모세(크리스천 베일)를 따라 홍해를 건넜다는 내용은 1923년과 1956년에 제작된 영화 ‘십계’에서도 다뤄졌다.
성서를 소재로 한 영화는 논란거리가 되기 쉽다. 올 3월 개봉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노아’도 성서 왜곡 논란을 겪었다. 엑소더스는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에일리언’(1979년) ‘블레이드 러너’(1982년) ‘글래디에이터’(2000년) ‘프로메테우스’(2012년)를 연출한 그는 무신론자다. 그러나 개봉한 엑소더스에 대한 기독교 신자들의 반응은 지지에 가깝다. tvN 종교 토크쇼 ‘오 마이 갓’ 고정출연자이자 영화광인 홍창진 광명성당 신부(54)는 “성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보단 원본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세와 이집트의 왕 람세스(조엘 에저턴)를 포함해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상당 부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냈다. 성서에는 모세와 람세스의 성격이나 둘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없다. 히브리 민족을 해방시키는 혁명가인 모세는 성서에서 지팡이를 들었는데 영화에서는 칼을 든 장군으로 나온다. 그는 자신이 히브리인이라는 사실이나 신의 존재에 대해 듣고 처음에는 의심하고 괴로워한다. 스스로 신이라고 믿는 람세스 캐릭터도 복합적이다. 절대 권력자이면서 모세에 대한 애증을 보이는 약한 인간이다. 홍 신부는 “영화는 모세가 전지전능한 신 앞에 인간이 무력한 존재란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려 성서의 근간을 흔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콧 감독은 엑소더스에서 특유의 막강한 스케일을 뽐낸다. 피로 물든 나일 강, 메뚜기 떼와 파리 떼의 출현 등 신이 내린 10가지 재앙과 홍해의 기적은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실감나게 그려진다. 홍 신부는 “기존 영화는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을 바다를 가르는 식으로만 표현했지만 엑소더스는 모세가 썰물을 이용해 홍해를 건너고 뒤쫓던 이집트 병사들은 쓰나미급 밀물에 수몰되는 것으로 그린다. 좀 더 현대인의 시각에 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서에서 푸른 불꽃으로 표현되는 신은 영화에선 작은 아이의 모습으로 나온다. 홍 신부는 “신이 보이거나 만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성서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영화는 아이로 표현했다. 친절한 설명을 위해 도입한 설정이겠지만 성서의 핵심적 설정을 어긴 셈”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고대 이집트가 배경임에도 배우들은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 신부는 “성서를 인상적인 영상으로 보여줘 기독교인의 지지를, 모세를 비롯해 히브리인을 부각해 유대인의 지지를 받을 만하지만, 다른 종교와 다른 민족의 반응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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