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동화 캐릭터 ‘그루팔로’ 20년째 큰 인기… 매년 1000만 파운드 넘는 판매액 올려

영국 아동문학 작가 줄리아 도널드슨

그루팔로 시리즈를 비롯해 200권 가까운 책을 낸 줄리아 도널드슨. 출처 줄리아 도널드슨 홈페이지

영국 출판 잡지 ‘북셀러’는 최근 유명 동화 작가인 줄리아 도널드슨이 5년 연속으로 매년 1000만 파운드(약 172억 원)의 판매액을 올린 유일한 작가라고 소개했다. 이는 ‘해리포터’의 J K 롤링이나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라고 부연했다. 인기 캐릭터 그루팔로를 창조한 도널드슨은 2014년 한 해에만 200만 부를 팔았다.

1948년 런던에서 태어난 도널드슨은 브리스틀대에 진학해 연기와 프랑스어를 공부했으나 뮤지컬 작곡 작사에 더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마이클 조지프 출판사에 비서로 취직했지만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꾸준히 동요를 작사 작곡했다. 이 작품들은 BBC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91년 한 출판사로부터 독일인 삽화가 악셀 셰플러와 함께 그녀의 노래들을 책으로 발표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이것이 동화작가로서의 시작이었다.

오늘의 도널드슨을 있게 한 캐릭터, 그루팔로는 1995년에 탄생했다. 그녀는 우연히 소녀와 호랑이가 주인공인 중국 설화를 발견했다. 소녀는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위협하는 호랑이에게 산책을 하자고 제의하는데, 산책 중에 마주치는 다른 동물들은 모두 호랑이를 두려워해 도망친다. 하지만 호랑이는 함께 있는 소녀가 무서워서 동물들이 도망간다고 착각하고 꽁무니를 뺐다는 내용이다. 도널드슨은 이 이야기를 살짝 바꿔 소녀를 쥐로, 호랑이를 괴물로 하고 산책 중 만나는 동물들을 여우, 부엉이, 뱀으로 설정했다. 괴물 그루팔로의 이름은 으르렁대는 소리 ‘그르’와 운율을 맞추기 위한 ‘오’를 합쳐서 지었다고 한다.

그루팔로는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네슬레 스마티스 상, 노팅엄 아동도서 상과 블루 피터상 등 아동문학상을 휩쓸었다.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1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널드슨의 성공은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옵서버는 그루팔로를 가리켜 ‘이미 고전이 됐다’고 평했다. 그루팔로는 텔레그래프가 선택한 ‘최고의 아동 책 25선’에 보물섬이나 피터팬 등 고전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비단 그루팔로뿐만이 아니다. 영국 아동문학계의 고전 캐릭터인 피터 래빗은 1902년에 탄생했지만 10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1926년에 탄생한 곰돌이 푸, 1969년에 선보인 배고픈 애벌레, 1980년생 강아지 스폿 등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캐릭터들의 힘. 이것이 영국을 전 세계 아동문학계의 중심으로 이끄는 원천이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