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이언숙 옮김/385쪽·1만9500원·민음사
취업난 시달리며 알바로 전전… 그들은 왜 행복하다 여길까
일본의 청춘(靑春)이 국내 88만 원 세대를 위한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본다면 한국 청춘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아프냐? 우린 행복하다!”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20대 저자가 쓴 이 책은 발간 당시(2011년)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불행해야 할 일본 젊은이들이 ‘스스로 행복해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상하다. 일본과 한국은 판박이 아닌가. 책 속 일본 청춘들도 취업난에 시달려 비정규직을 전전한다. 책 문장 속 주어 ‘일본’을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일본 청춘들은 행복하다니?
저자에 따르면 일본 젊은이들의 행복지수는 최근 40년 중 가장 높다. 일본 내각부의 ‘국민생활 여론 조사’(2010년)를 보면 20대의 70.5%가 ‘현재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고도 성장기인 1960년대 20대 만족도는 60%대, 1970년대는 50%대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NHK 조사에서도 ‘행복하다’고 답한 20대가 1973년에서 2008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여기서 저자는 극적 반전을 노린다. 일본 젊은이가 행복한 이유는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불행하다’란 생각은 ‘미래에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라고 생각하면 인간은 오히려 오늘이 행복하다고 느낀다. ‘사토리(득도) 세대’가 탄생한 이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역설적’ 행복이다. ‘살면서 고민이나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일본 젊은이는 1980년대 후반 40%대에서 2010년 이후 60%대로 급증했다.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불안한 모순적 상황이다. 이에 일본 젊은이들은 친구, 동료 등 작은 공동체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부모 세대처럼 대도시로 이동하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지방에서 사는 비율도 증가했다. 거시적 차원에서 사회를 보면 세대 간, 계층 간 빈부 차이로 상대적 박탈감이 크지만 자신과 동질적인 소규모 공동체에서는 박탈감이 작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기성세대는 이런 상황을 잘 모른 채 ‘요즘 신세대는 소극적이고 도전을 안 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기성세대는 필요에 따라 잘못된 ‘젊은이론(論)’을 만들어 낸다. 1945년 일본 패전 이전에 젊은이들은 병력을 제공하는 자원으로 여겨졌다. 고도성장기에는 산업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집단으로, 이후엔 소비력의 주체로 규정했다.
기존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의미의 ‘태양족’(1950년대)부터 롱스커트 패션으로 무장한 ‘미유키족’(1960년대), ‘오타쿠족’(1990년대), ‘디지털 네이티브족’(2000년대) 등 수많은 ‘족’이 나온 원인이다. 한국에서 X세대, N세대 등이 유행한 것처럼 말이다.
‘신세대’ 개념이 허상에 불과함에도 기성세대는 계속 용어를 만들면서 ‘요즘 애들은 한심하다’고 비판한다. 이는 기성세대가 성실한 사회적 일원이라는 것을 신세대와의 비교를 통해 확인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젊은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아르바이트로 ‘닌텐도’ 게임기와 ‘유니클로’ 옷을 사고 맥도널드에서 친구와 런치세트 먹으며 행복할 수 있다. 미래는 다르다. 부양해야 할 고령자가 젊은이 2명당 1명이 된다. 부모 세대처럼 재산도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이가 든다. … ‘1억 중산층’이라는 자본주의 신화가 깨진 일본은 ‘1억 명 모두 젊은이가 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씁쓸하다. 한국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자살자도 하루 40명으로 일본(20명)의 2배 아닌가. 한국 청춘에게 ‘위로되지 않을’ 위로를 전한다. “미안하다. 너희 잘못이 아니야. 우리도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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