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내한한 마리스 얀손스 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콘서트. 익숙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2악장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시작 부분 잉글리시호른의 주선율이 후반부에 다시 나오고 현악이 이를 받습니다. 그런데, 한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이어지다 또 끊깁니다. “….”
친숙한 작품이라 오래 듣지 않았었는데, 불현듯 상기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작곡가, 울고 있구나….” 이 부분의 메시지는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미국에서 활동하던 드보르자크는 향수병에 시달리는 서글픈 마음을 흐느끼는 듯한 악구로 표현한 것입니다.
오페라나 가곡에서 ‘우는’ 사람을 표현하는 부분은 많습니다. 그렇지만 가사의 뒷받침 없이 기악적 표현만으로 우는 모습을 표현한 음악은 의외로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3번 5악장 ‘카바티나’를 들어볼까요. 온화한 선율이 죽 이어진 뒤 갑자기 박자의 마디를 셈하기 어려운 선율이 등장합니다. 주선율을 맡은 제1바이올린이 끊겼다 이어졌다 합니다. 마치 작곡가가 여기서 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 베토벤은 아픈 몸과 속 썩이는 조카 때문에 마음이 몹시 힘든 상태였습니다.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인 6번 ‘비창’ 마지막 악장도 살펴볼 만합니다. 이 악장이 끝없는 비탄에 잠긴 사람을 표현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선율에서는 아예 대놓고 어깨를 들먹이며 꺼억꺼억 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음악을 발표한 뒤 며칠 만에 차이콥스키는 죽고 맙니다. 사인은 콜레라라고 하지만, 음독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신년음악회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비창 교향곡이 베토벤 3중협주곡과 함께 연주됩니다. 신년음악회로는 의외다 싶게 심각한 프로그램이지만 서울시향이 유럽 투어와 CD 발매 등을 통해 원숙한 연주력을 세계에 과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새해 우리 모두의 눈에 눈물 고이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는 ‘소망음악’으로 들어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