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사진)가 28일 344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다양성영화 1위에 올랐다. 곧 400만 명도 넘어선다고 한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이다. 당연하다. 감동이 컸으니, 조병만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으니 이후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한 게 인지상정이다. 근데 난감하다. 진모영 감독은 “관심은 고맙지만 할머님을 위해 자제해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영화사도 “마케팅과 관련된 일에는 할머님을 절대 끌어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다행이다. 2008년 영화 ‘워낭소리’가 흥행했을 때도 주인공 어르신들이 밀려든 인파에 고초를 겪었던 터. 내년이면 강 할머니는 91세다. 제작진에 안부를 물었다.
일단 할머니는 건강하시다. 무릎이 성치 않지만 정신은 맑다고 한다. 서울 등 육남매 네를 오가시며 영화도 서너 번 봤다. 첨엔 그리 우셨는데 요즘은 할아버지 뵙는다고 반긴단다. 그런데 여기엔 안타까운 사정이 담겨 있다. 자식 집에 머무는 게 할머니 ‘뜻’은 아니란 거다. 아들딸이 잘 모실 텐데 뭔 문제냐 싶지만, 평생 살던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도시생활이 어찌 쉬울까. 할머니도 “언제 집에 가냐”고 여러 번 물었다고 한다. 근데 어쩌랴. 그리 만류했건만 고향은 조용하질 않다. 최근에도 한 지상파 방송이 마을을 들쑤셔 이웃이 불편을 겪었단다.
할아버지 기일인 21일에 할머니는 강원도 집에 다녀오셨다. 함께 간 진 감독과 한경수 PD는 산소 앞에서 영화 포스터와 DVD를 불태웠다. 할머니 부탁이었다. 생전에 할아버지는 감독을 ‘일곱 번째 아들’이라 불렀는데, 그곳에서 보시고 좋아하실 거라며. 잠깐 집에 들러 아궁이에 불을 때셨다. 함께 사실 땐 온기가 넘쳤다며. 그러고는 또 한참 눈물을 훔치셨단다.
제작비 1억2000만 원이 든 ‘님아…’는 29일 현재 누적 매출액이 277억 원을 넘어섰다. 수익 배분과 관련해서도 제작자는 말을 아꼈다.
“할머님과 가족에게 누를 끼칠까 잠도 안 와요. 영화 탓에 힘드신데도 ‘아들 작품 잘돼 좋다’고 하시는 분이에요. 문제라도 생기면 돈이 뭔 소용입니까. 저희는 평생 죄인이 될 겁니다.”(한 PD)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전화를 끊으니 겨울바람이 낯짝을 때렸다. 그래, 이제 알겠다. 언제나 곱게 차려 입던 양반들이 잠자리까지 공개했던 이유를. 그건 제작진을 자식으로 받아들였던 맘이었다. 영화가 한 줌이라도 감동을 줬다면, 우리가 할머니를 도와드릴 차례다.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머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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