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음악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왈츠와 폴카로 수놓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로 기억되는 달입니다. 올해는 인도 출신 지휘자 주빈 메타가 통산 다섯 번째 출연을 했습니다. 저도 내년에는 이 콘서트에 가보려 계획하고 있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父子)로 대표되는 빈 왈츠는 다른 지역, 다른 나라 악단들이 흉내 내기 힘들다고 합니다. 특유의 박자 표현 때문입니다. 한 마디 세 박자 중에서 첫 박자가 조금 짧고 둘째 박자가 조금 길어서, 둘째 박자가 앞 박자를 약간 ‘먹어들어’ 갑니다. 음표로 표현하자면 ♩♩♩가 정상이겠지만, 약간 ♪♬♩에 가까운 느낌을 낸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첫 박은 짧고 두 번째는 깁니다.
빈 왈츠의 전통에는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긴’ 역사가 또 하나 있습니다. 슈트라우스 집안입니다.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아들들이 음악을 공부하는 데 반대했습니다. 아버지가 딴살림을 차려 나가고서야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음악가로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랑스러운 아들에 대해 부친은 치사한 짓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출연했던 음악회장에는 자기가 출연을 거부한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아들의 명성이 아버지를 압도했고, 45세로 별세한 아버지보다 77세까지 산 아들이 더 많은 음악적 결실을 누렸습니다. ‘왈츠의 왕’인 그에 이어 동생 요제프와 에두아르트도 왈츠 작곡가로 인기를 얻었지만, 형만큼 오래가지는 못했으니 ‘두 번째가 가장 긴’ 모습도 왈츠 박자와 흡사했다고 할까요.
올해도 빈 필 신년음악회는 예년과 다름없이 앙코르로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에 이어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고 끝냈습니다. 앙코르 순서는 세상에 나온 순서와 달리 2세가 1세보다 먼저인데, 연주 시간은 2세의 ‘도나우’가 더 길군요. 올해도 ‘왈츠의 왕’뿐 아니라 아버지와 두 동생의 왈츠와 폴카도 고루 연주하는 풍성한 프로그램이 펼쳐졌습니다. 저세상에서라도 슈트라우스 일가족이 화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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