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글로바와 서울서 재결합… 뮤지컬 ‘원스’도 함께 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1월 둘째주말 5년만에 내한공연 갖는 글렌 핸사드 전화 인터뷰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글렌 핸사드. 영화에도 등장한, 낡아서 해지고 구멍 난 이 통기타를 서울에 다시 들고 온다. 그는 “내 삶 전체가 영화 같았다. 삶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친구, 우정”이라고 말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글렌 핸사드. 영화에도 등장한, 낡아서 해지고 구멍 난 이 통기타를 서울에 다시 들고 온다. 그는 “내 삶 전체가 영화 같았다. 삶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친구, 우정”이라고 말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 글렌 핸사드(45)의 인생은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뒤엉킨 한 권의 책과 같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핸사드는 열세 살에 거리의 악사가 됐다. 스무 살 때 록 밴드(프레임스)를 결성해 아일랜드의 스타가 됐다. 서른여섯 살 때 열여덟 살인 마르케타 이르글로바(27)와 스웰시즌을 결성했고 그해 친구 존 카니 감독이 만든 소자본 음악영화 ‘원스’(2007년 개봉)에 함께 출연했다. 영화가 뜻밖의 성공을 거두며 이듬해 아카데미 최우수 주제가상 (‘폴링 슬롤리·Falling slowly’)까지 받았다. 그와 이르글로바는 실제 연인이 됐고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스웰시즌 2집이 나온 2009년, 둘은 결별했다. 이르글로바는 2011년 다른 남자와 결혼했으나 이듬해 이혼했다. 》

이번 주말, 스웰시즌이 3년 만에 재결합한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다. 10일 오후 7시, 11일 오후 6시에 둘의 하모니를 다시 들을 수 있다(6만6000∼13만2000원·02-563-0595). 2010년 이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 둘은 뮤지컬 ‘원스’ 한국판 공연도 함께 보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핸사드와 30분간 전화로 만났다. 그가 휴대전화를 받은 곳은 뜻밖에 체코 프라하였다. ‘폴링 슬롤리’의 가장 낮은 몇 음에 해당되는 낮고 잠긴 목소리로 그는 더블린(Dublin)을 ‘두블린’, 원스(Once)를 ‘운스’로 발음했다.

영화 ‘원스’에서 그래프턴 스트리트를 걷는 핸사드(왼쪽)와 이르글로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영화 ‘원스’에서 그래프턴 스트리트를 걷는 핸사드(왼쪽)와 이르글로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프라하엔 웬일인가요. 혹시 이르글로바와 함께 있어요?

“아뇨. 다른 친구들 만나고 제 앨범 작업도 하러 왔어요.”

―이르글로바와 오랜만에 서울에서 함께 공연하기로 한 건 왜인가요?

“3년간 친구로서 e메일을 주고받거나 서로의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죠. 최근 이르글로바의 공연을 보러갔다가 즉석에서 몇 곡을 같이 불렀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요. 몇 차례 같이 공연해 보는 게 어떠냔 얘기가 나왔어요. 그때 마침 한국 쪽에서 좋은 제안이 왔어요.”

―더블린 시내 그래프턴 스트리트의 젊은 버스커로 음악을 시작했죠? 가장 인상적이었던 버스킹을 꼽는다면….

“하루는 (북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밴 모리슨의 콘서트 입장권 살 돈을 모으려고 친구들과 버스킹을 하고 있었어요. 마침 그 앞을 지나던 모리슨이 우리 노래를 듣더니 저희에게 콘서트 입장권을 주고 가는 거예요. 열여섯 살 때 일이에요.”

―그 거리에 요즘도 자주 가요?

“크리스마스이브에 데이미언 라이스랑 몇몇 친구와 함께 불쑥 찾아가 기타 들고 두 시간쯤 공연했어요. 거리 관객이 모아준 돈을 더블린 시내 노숙인 쉼터에 기부했어요.”

―새해 결심이나 계획은….

“작업 중인 제 솔로 앨범을 낼 거예요. 프레임스 멤버들이 연주하고 이르글로바도 노래로 참여할 거예요.”

―(카니 감독의 후속 영화)‘비긴 어게인’은 봤나요?

“‘원스’는 시사회 때문에 60번쯤 봤는데, ‘비긴 어게인’은 못 봤어요. (한국 가는) 비행기에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카니한테서 한국에서 인기가 대단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한국 관객들에게 미리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감사합니다. 저도 정말 흥분돼요. (서울에) 간 지 오래됐고, 이 노래들을 불러본 지도 오래됐으니…. 한국어 버전 ‘원스’ 뮤지컬도 궁금해요.”

―거리의 악사로 시작해 세계적 스타가 된 기분은 어떤가요?

“삶이란 바뀌지 않더군요. 어떤 날은 자신감이 다 빠져나가 관객의 박수나 존경을 받을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빠지죠. 어떤 날은 자신감에 들떠요. 둘 사이에서 늘 흔들리며 마음속 날씨 변화를 견뎌야 하죠. 가능한 한 배가 떠 있도록, 빠져버리지 않도록 균형 잡으면서.”

―‘폴링 슬롤리’란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아일랜드에서 날씨 예보에 쓰는 말이에요. ‘기압이 서서히 떨어지겠습니다.’ 라디오에서 늘 듣는 이 말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우린 사랑에 빠질(falling in) 수도, 아니면 산산이 부서져 내릴(fall apart) 수도 있어요. 해석은 듣는 분들 몫이에요.”

―영화 같은 삶을 살아왔잖아요. 해피엔딩인가요?

“삶이 늘 할리우드식으로 끝나진 않잖아요. 저의 해피엔딩은 음악이에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글렌 핸사드#글렌 핸사드 내한공연#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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