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의 올 한 해 전시 일정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미술 작품 관람 마니아가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전시를 선별해 묶었다.
지난해 인사 채용 비리로 관장이 경질된 국립현대미술관이 내민 분위기 반전 카드는 미디어작가 박현기(1942∼2000)다. 2년 전 기증받은 작품 2만 점의 정리 작업을 마무리해 27일 과천관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서울관에서는 독특한 목탄드로잉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면서 영화배우와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티스트 윌리엄 켄트리지 기획전(하반기)과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감독 필리프 가렐 회고전(9∼12월)을 마련한다. 초상화를 그리는 로봇이 등장한다는 ‘로봇 드림스’전(4∼8월)은 최근 우후죽순 쏟아진 기술융합전의 개운치 않았던 기억을 털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색면(色面) 추상’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 출신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 기획전(3∼6월)으로 봄을 맞는다. 사실적 화풍의 초기작, 초현실주의 철학적 실험을 시도한 과도기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로스코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국 워싱턴 내셔널갤러리가 기획했다. 아프리카 원시조각의 영향을 받아 긴 얼굴과 목, 축 처진 어깨의 인물화를 그린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기획전(6∼10월)과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도면과 건물을 소재로 한 미디어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7∼11월)가 뒤를 잇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을 연다. 하반기 ‘유휴공간 건축디자인 및 도시 리서치’전(10∼12월)과 ‘스탠리 큐브릭’전(12월∼2016년 3월)이 눈길을 끈다. 서울 속 버려진 공간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도시재생 디자인, 평생 늘 한발 앞서갔던 거장 감독이 남긴 작품 속 의상, 필름, 시나리오를 전시한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올해 첫 주인공은 2009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명성을 높인 설치작가 양혜규(2∼5월)다. 연말에는 한국 전통건축 사진과 영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형과 도면을 모은 건축기획전이 기다린다.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등 대중문화와 예술 작품 전시의 접점을 도출해 지난해 4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은 서울 대림미술관은 7월 덴마크 패션디자이너 헨리크 빕스코우의 국내 첫 개인전을 연다. 2010년의 히트상품 ‘인사이드 폴 스미스’전만큼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서울 사비나미술관의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전(8∼10월)은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사물의 목록과 수집 과정에 초점을 맞춰 예술 창작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기획전이다.
국제갤러리는 백남준의 제자 빌 비올라의 개인전(3∼4월)을 선두에 세웠다. 하반기에는 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50대 초반 작가 우고 론디노네(스위스)와 트레이시 에민(영국)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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