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무대에서 소품은 ‘작지만 매운 고추’와 같다. 작품 속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극적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뮤지컬 ‘킹키부츠’ ‘지킬 앤 하이드’ ‘원스’의 소품 담당자로부터 무대 소품 제작 뒷이야기와 숨겨진 비밀에 대해 들어 봤다. ○ ‘킹키부츠’의 부츠
키가 180cm에 가까운 남자 배우들이 허벅지까지 오는 롱부츠를 신고 열연하는 킹키부츠에는 부츠가 70켤레 등장한다. 모두 미국 브로드웨이 신발 제작 업체인 ‘T.O.Dey’에서 제작된 수제화. 제작비는 한 켤레에 평균 2000달러(약 220만 원)로 모두 1억5000여 만 원에 달한다. 제작 기간은 짧게는 8주, 길게는 12주 걸렸다. 윤솔 의상팀장(26)은 “체격 좋은 남자 배우들이 평균 12cm 이상의 부츠를 신고 편안하게 춤을 춰야 하기 때문에 발 사이즈뿐만 아니라 발 넓이, 두께, 발목, 허벅지 둘레 등 20개 부위의 치수를 쟀다”고 설명했다. 출연 배우 중 가장 넓은 허벅지 둘레를 가진 사람은 돈 역의 고창석으로 무려 62cm에 달한다. 룰라 역의 오만석에 비해 30cm 가까이 길다. 가장 높은 굽을 신는 배우는 찰리 역의 지현우로 굽 높이가 14cm다. 작품에서 롱부츠의 비중이 상당하다 보니 대접도 ‘주연배우급’이다. 공연 후 스태프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배우의 부츠를 벗겨 보관실로 ‘모시는’ 것이다. ○ ‘지킬 앤 하이드’의 주사기와 호외
지킬 박사가 약물을 주사해 하이드로 변하는 실험을 하는 장면은 극의 흐름상 중요한 지점이다. 실험실에서 지킬 박사가 한쪽 팔에 주사기를 갖다 대면 5cm가량의 주삿바늘이 혈관에 꽂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의 비밀병기는 ‘스프링’이다. 소품 슈퍼바이저인 임정숙 씨(40)는 “스프링을 단 주삿바늘이 배우의 팔에 닿으면 주사기 안쪽으로 밀려들어가게 했다”며 “볼펜심이 스프링을 타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바늘보다 더 신기한 건 빨간 주사액이다. 배우가 주사기 피스톤을 안쪽으로 밀면 빨간 주사액도 마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점점 줄어든다. 임 씨는 “주사기 안에 작은 원통이 하나 더 있고 여기에 빨간 비단 천을 둘러 주사액처럼 보이게 했다”며 “가운데가 빈 피스톤을 주사기 안으로 밀어 넣으면 빨간 원통을 점점 가리게 되고, 객석에서 보면 마치 주사액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킬…’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소품은 하이드의 살인 소식을 알리는 호외 신문이다. 초연 당시 실제 종이로 인쇄된 신문을 썼지만, 2006년 1월 공연부터는 자주 훼손되는 종이 대신 현수막 천에 신문을 인쇄해 사용 중이다. 신문에 들어간 사진은 초연 당시 루시 역을 맡은 김선영과 앙상블 배우들의 클럽무대 장면을 담은 사진이다. ○ ‘원스’의 거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오른 뮤지컬 원스의 무대는 다른 대형 뮤지컬과 비교할 때 단조롭다. 갈색 톤의 무대에서 눈에 띄는 건 세트 벽에 내걸린 거울들이다. 총 61개의 거울이 무대와 배우들의 모습을 반사시켜 무대 공간이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이는 효과가 난다.
원스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에서 협력무대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에번 애덤스는 e메일 인터뷰에서 해당 거울을 “유리 없는 거울”이라고 불렀다. 그는 “관객 눈엔 유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폴리에스테르 필름과 아크릴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리 없는 거울은 가볍고 깨질 위험이 없어 배우들의 안전에 좋고 거울에 비친 배우의 모습이 계속 겹쳐 보이는 고스트 현상도 나타나지 않아 소품으로는 제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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