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월 모잠비크, 코트디부아르,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했다. 일본 총리의 아프리카 방문은 8년 만이었다. 당시 그는 모잠비크에 향후 5년간 700억 엔(약 6400억 원)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약속하는 등 큼직한 선물 보따리를 3개국에 안겼다. 경제인 50여 명도 아베 총리의 순방길에 함께했다.
아베 총리가 아프리카를 찾아가 돈 보따리까지 푼 이유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성장 시장을 내다본 것으로 풀이된다. 모잠비크의 경우 최근 연평균 7%에 이르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아프리카와의 교역에서 중국에 한참 뒤져 있다. 중국은 저가 제품으로 아프리카 시장의 문을 빠르게 열었다. 아프리카의 교역 대상국 중 중국의 비중은 10%를 넘어섰지만 일본의 비중은 아직 5%가 되지 않는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 그렇기에 일본으로선 서둘러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곳이기도 한 아프리카.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인지 최근 일본에서 아프리카 관련 소설책 한 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목은 ‘아프리캇!’(사진). 아프리카가 아니라 아프리캇이라고 제목을 단 것은 놀람 혹은 강조의 의미를 보여 주기 위해서다.
소설책이라고 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으로 넘겨짚으면 안 된다. 저자인 마쓰무라 미카(松村美香) 씨는 국제개발 컨설턴트다. 현장에서 얻은 폭넓은 데이터를 종횡으로 엮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해 왔다. 아프리캇 역시 그가 모은 방대한 정보에 기초했다.
주인공은 한 종합상사의 시스템부에서 근무하는 무라카미 다이키(村上大輝·28). 세계 무대를 누비고 싶다는 그에게 ‘아프리카 개발부’라는 새 근무지가 배정됐다. 주어진 임무는 광대한 아프리카 대지에 일본 제품을 파는 것. 무라카미가 제품 판매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독자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선 값이 비싼 선진국 제품은 제대로 팔리지 않는다. 기술이 너무 복잡해도 인기가 없다. 고장 난 부품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품 수리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설혹 물건을 팔아도 조달비 등을 감안하면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
주인공은 높은 벽에 부닥치면서도 시장을 개척하고자 발로 뛴다. 하지만 전염병에 걸려 치료를 받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이송되기도 한다. 아프리카에 무지했던 청년이 조금씩 아프리카의 현실을 깨달으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소설 속에 담겨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내부에 틀어박히려는 우치무키(內向き·내향화) 성향이 강한 일본에 일침을 놓는다. 일본 기업들은 약 1억2000만 명의 소비자가 있는 국내 시장에서만 장사를 잘해도 먹고살 만하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은 한국 기업보다 훨씬 늦었다. 일본 대학생들도 해외 유학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슬슬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을래’라고 적힌 책 표지 문구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화두인 셈이다.
책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아프리카의 매력과 모순,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젊은 상사맨의 눈을 통해 그리고 있다”, “최근 일본 사정도 가미돼 있어 매우 시의적절한 내용이다” 등과 같은 긍정적인 댓글들이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서평 코너에 적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