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흉내’라는 제목으로 너무나도 친숙한 동요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우리 서로 학교 길에 만나면’이라는 가사로 많이 불렸죠. 이 노래는 본디 ‘자크 형제(Fr‘ere Jacques)’라는 프랑스 동요입니다. 영미에서는 ‘존 형제’, 독일어권에서는 ‘야코프 형제’이지만 유럽에서 가사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형(동생아), 아직 자고 있어? 종소리가 안 들려? 딩 딩 동….’
이 낯익은 선율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에도 나옵니다. 교향곡 1번(1888)의 3악장 시작 부분입니다. 명랑한 동요 선율은 놀랍게도 단조로 바뀌어 첼로의 쓸쓸한 저음에 실려 장송행진곡풍으로 흐릅니다. 말러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것일까요?
그가 ‘사냥꾼의 장례식’이라는 목판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그 광경을 묘사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물 흉내’라는 우리말 동요와 우연히도 연관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다른 설명도 있습니다. 약간 몸서리쳐지지만 이렇습니다.
말러의 어머니는 아이를 열두 명이나 낳았는데 그중 다섯이 어려서 죽었습니다. 형제가 죽은 모습은 어린 시절 일상처럼 반복된 경험이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말하던 동생이 한밤 고열을 앓은 뒤 눈을 뜨지 않습니다. 어린 말러의 머릿속에 스친 것은 ‘동생아, 아직 자고 있어? 종소리가 안 들려?’라는 노래였다는 겁니다.
말러의 부모가 유독 자식 욕심을 냈던 듯하지만 19세기만 해도 유럽에서 형제가 어려서 죽는 일은 매우 흔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였던 말러에게는 나이가 들어서도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말러 팬들은 대개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마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박영민 신임 상임지휘자가 30일 부천시민회관에서 열리는 취임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어서 한번 상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장례 행진 묘사도 들어 있지만 봄의 달콤한 깨어남, 청춘의 질풍 같은 격정도 느낄 수 있는 젊은 작곡가의 멋진 첫 교향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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