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은 천사의 편에서 싸우는 악마와 같다. …비극적 아우라를 뿜어내는 그는 분노를 힘으로 삼고 두려움을 무기로 삼는다. 배트맨은 늘 모순과 역설의 존재다. 외롭지만 수많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초능력은 없지만 초인의 무리를 이끄는 데 가장 적합하다.”(서문에서) 프랑스 출판사 어반 코믹스가 배트맨의 역사를 총망라한 ‘배트맨 앤솔로지’(세미콜론)의 한국어판이 최근 출간됐다. 총 5부로 구성된 ‘배트맨…’은 배트맨의 기원부터 형사물에서 공상 과학물을 거쳐 수준 높은 그래픽 노블로 발전하는 과정, 배트걸의 첫 등장과 악당의 변천사까지 배트맨 세계관의 전개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39년 DC코믹스 설립자인 빈 설리번은 슈퍼맨이 등장한 지 1년 만에 큰 성공을 거두자 두 번째 영웅을 고민했다. 그의 주문을 받은 만화가 밥 케인은 ‘플래시 고든’의 호크맨과 슈퍼맨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파란색과 붉은색 타이즈에 커다란 날개를 가진 ‘버드맨’을 처음 구상했다. 이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행기 스케치와 박쥐의 날개를 본떠 다시 그린 캐릭터가 배트맨이다.
케인은 스토리작가 빌 핑거와 함께 1939년 5월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에 배트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화학 회사 사건’을 공개했다. 훗날 신화가 된 배트맨이지만 당시엔 6쪽 분량에 줄거리도 다른 형사물에서 빌려왔다. 배트맨은 원색 옷을 입고 얼굴을 드러낸 슈퍼맨과 차별화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회색 옷을 입었다.
‘배트맨…’은 ‘화학 회사 사건’부터 2013년 ‘제로 이어: 비밀의 도시’까지 DC코믹스에서 발행된 배트맨 원작 만화 가운데 배트맨 역사의 전환점이 되거나 화제를 불러 모은 작품 20편을 수록하고 연대기별 해설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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