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운동을 열심히 해도 몸매에 변화가 없어 고민한 적은 없는지? 자신은 원래 통뼈를 타고나 발목이 두꺼운 것은 아닐까 믿지는 않는지? 이런 의문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제3의 살, 셀룰라이트에 대해 알지 못해 생기는 것들이다.
흔히 ‘셀룰라이트’라고 하면 오렌지 껍질처럼 피부 표면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살을 떠올린다. 또한 비만이 원인으로, 지방만 빼면 해결되는 미용 상의 문제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는 셀룰라이트를 뒤덮는 피부의 특징일 뿐, 셀룰라이트는 살의 문제다. 최근 셀룰라이트에 관해 본격적으로 다룬 책 ‘제3의 살’을 펴낸 린클리닉 김세현 원장은 “셀룰라이트는 일종의 기능을 잃은 늙고 병든 살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되며 한번 시작되면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셀룰라이트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한 분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사람들에게 ‘셀룰라이트를 다루는 의사’라고 소개하면 의사들조차도 ‘피부과 전문의냐’(그는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지방 흡입이 전문이냐’(그의 병원에서는 지방 흡입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미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꼭 알아야할 상식인데 의사들조차 이렇게 말씀하시니 한번 셀룰라이트에 관해 정리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2년 동안 외국 관련 자료까지 찾아가며 준비를 했죠.” 김세현 원장에 따르면 셀룰라이트는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어 여자에게 특히 많다고 한다. 사춘기 때 시작돼 18세에서 35세 사이 여성 중 90% 이상이 갖고 있다고. 그렇다면 셀룰라이트는 무엇이고 우리 몸에서 어떤 변화들을 일으키는걸까. 셀룰라이트는 늙고 병든 ‘제3의 살’
Q셀룰라이트는 무엇인가요. 우리 몸의 살을 이루는 요소는 근육과 지방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우리 몸은 세포로 돼 있고 세포와 세포 사이는 점액 상태 물질인 바탕질이 채우고 있죠. 세포가 물고기라면 바탕질은 바다에 해당해요. 바탕질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는 수분은 12ℓ 정도로 전체 체중의 약 16%에 해당합니다. 바탕질의 역할은 절대적이어서 모든 세포의 대사에 필요한 활동이 바탕질을 통해 이뤄집니다. 혈액을 통해 옮겨진 산소와 영양소도 일단 바탕질을 거친 다음 세포로 전달되죠. 이 바탕질에 이상이 생기면 주변의 세포도 정상적으로 생존할 수가 없어요. 이 바탕질은 우리가 흔히 ‘피하지방층’이라고 부르는 층에 자리를 잡고 있어요. 그래서 살을 이루는 요소에는 근육과 지방 외에 바탕질이 존재하는 거죠.
그런데 이 바탕질이 찐득찐득해지거나 딱딱하게 굳으면 살도 같이 부풀어 오르고 찐득찐득해지며 딱딱해지죠. 그렇게 변성된 바탕질이 자리를 잡으면 원치 않는 군살이 붙게 되고요. 이것이 바로 셀룰라이트예요. ‘바탕살’이라고도 하는데 단순히 지방이 늘어서 생긴 것이 아니니 굶는다거나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죠. 오히려 그렇게 하면 바탕질의 변성이 더 악화될 수 있어요.
물론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돼도 셀룰라이트가 생기는데 이때도 결국에는 바탕질에 변성이 생겨요. 바탕질이 변성된 상태를 섬유성 셀룰라이트라고 하는데 셀룰라이트가 진행되면 살이 찐득찐득해지거나 탄력이 떨어지고 딱딱한 결절, 멍울이 잡히거나 흐늘흐늘해지죠. 한번 이런 섬유화(조직이 망가져 재생되지 않고 제대로 아물지 않은 반흔 조직을 남기며 엉겨 붙는 것)가 시작되면 여간해서는 멈추지 않죠.
늙어 보이는 얼굴도 셀룰라이트의 소행
Q셀룰라이트가 발생하는 부위는 둔부만이 아니라면서요. 그럼요. 머리부터 얼굴, 몸통, 복부, 뒤 허리에서 꼬리뼈 주변, 팔뚝, 다리, 발목, 발바닥 등 살이 있는 곳은 예외없이 생길 수 있죠. 특히 여성들을 가장 고민하게 하는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도 사실 셀룰라이트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광대뼈가 돌출돼 보이는 것도, 팔자주름이 패여 보이는 것도, 입주변이 심술보처럼 늘어지는 것도, 이중턱까지도 해당해요. 셀룰라이트 하면 다들 오렌지 껍질을 연상하는데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많은 여성들이 동안 미인이 되고 싶어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바탕이 깨끗한 상태로 돌아가야 해요. 독소와 노폐물이 없고 맑은 물과 같은 상태로요.
Q셀룰라이트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크게 비만, 과도한 근육 사용,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 여성호르몬을 들 수 있어요. 우선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되면 주변의 순환을 방해하고 바탕질을 지저분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방도 땡땡 붓고 미세순환 정체가 일어나면서 바탕질에도 수분 저류가 일어나 셀룰라이트가 악화돼요. 물론 이 경우는 단순히 지방이 많이 축적된 상태인 지방증과는 다릅니다.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이나 하이힐을 신고 뒤뚱뒤뚱 걷는 습관 등으로 인한 ‘근육의 마모와 변형’도 셀룰라이트를 유발해요. 근육이 과도하게 사용돼 변성과 염증이 일어나고, 이 영향으로 주변 피하층의 바탕질까지 변질돼 셀룰라이트가 만들어지는 거죠. 근육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바탕살은 지방이 커져서 생긴 살집과 구별이 안 되기 때문에 굶거나 운동을 해서 빼려 하는데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요. 근육을 과사용해서 생긴 문제인데 운동을 하면 근육이 더 망가져 셀룰라이트가 악화돼요. 굶을 경우에는 가뜩이나 바탕질의 결합이나 지지 기능이 떨어져 있는데 굶기까지 하면 재생력이 약해져 바탕질이 더 망가지고, 근막, 힘줄 같은 근육 조직의 재생력도 나빠지죠.
일일 섭취량 1,200~1,500kcal를 지켜서 먹어도 아무거나 막 흡수하는 ‘새는 장 증후군’ 있으면 독소와 노폐물이 바탕질 자체를 오염시켜 악화시켜요. 마지막 여성호르몬은 지방을 생성하고 지방 부종을 불러오는 특징을 지녀요. 여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아도 지방성 셀룰라이트를 갖게 되죠.
두꺼운 발목도 셀룰라이트의 작품
Q‘새는 장 증후군’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삼킨 음식물은 장벽(장점막)에서 흡수되는데, 장점막의 결합이 헐거워져 있으면 독소와 유해세균,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큰 입자의 음식물이 침투해요.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흡수된 독성 물질이 셀룰라이트를 야기시키고요. 새는 장 증후군은 주로 셀리악 병(글루텐에 대한 알레르기)에 의해 일어나지만 ‘장내 세균총 이상(장내 세균 불균형)’으로도 생길 수 있어요. 항생제나 식품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이 원인이 되죠. 그런 경우 장내 세균총 이상을 바로잡아 셀룰라이트의 악화를 막아야 해요.
Q셀룰라이트가 더 위험한 게 다양한 증후군을 동반하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셀룰라이트가 심한 환자들을 보면 만성피로 스트레스, 탄수화물 중독, 장내 세균총 이상, 근막통증증후군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셀룰라이트를 유발하는지, 아니면 셀룰라이트가 이런 증후군을 유발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이들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장 피부 점막에는 여러 세균이 상주하는데 이를 장내(정상) 세균이라고 부릅니다. 유산균을 필두로 장 속에 침입하는 유해균을 막아주는 여러 세균을 장내 세균총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셀룰라이트 유형군에서는 공통적으로 장내 세균총 이상을 보입니다. 그러면 해독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바탕질에 독성이 쌓이죠. 그래서 평소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 남용이나 당분이 많이 포함된 과일, 가공식품 등을 피해야 합니다. 과일이 몸에 좋다고 해도 당분이 많은 과일은 기회 감염성 세균에게 먹이를 제공하므로 좋지 않아요.
급성 스트레스나 피로는 입맛을 떨어뜨리지만 만성이 되면 스트레스에 대한 생존 방어 기전이 발동해 더 많이 먹게 되고 즉시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달고 자극적인 음식, 탄수화물을 찾게 만듭니다. 이런 탄수화물 중독은 체내 당성분의 증가에 의한 바탕질의 변성을 일으켜 그 자체로 셀룰라이트를 일으키며, 비만이나 장 누수를 거쳐 셀룰라이트를 만들어내는 간접 인자가 되죠. 또 만성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그 자체로 장 점막에 손상을 주고 새는 장 증후군을 일으켜 셀룰라이트를 촉발합니다. 근막통증증후군은 균형이 흐트러진 자세로 인해 근육에 붙어 있는 힘줄과 근막에 만성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역시 셀룰라이트를 유발하고요. 발목이 유난히 두꺼운 경우 이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광등·TV 멀리하고 유산균 보호할 것
Q셀룰라이트를 없애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셀룰라이트, ‘바탕살’의 정체는 만성 염증이에요. 비만, 여성호르몬, 근육 과사용, 새는 장 증후군 모두 바탕질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상처투성이로 만들고, 순환 장애에 의한 수분 정체 현상으로 노폐물이 쌓이도록 해 이 모든 것이 털실뭉치럼 뒤엉킨 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하면서 바탕살을 만들죠. 이런 만성 염증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해결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요.
Q그렇다면 셀룰라이트를 제거할 방법이 없나요. 아직까지 셀룰라이트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 치료가 중요하고 그보다는 예방이 중요합니다. 라이프스타일 교정, 식생활 교정, 체형 교정 등이 시급한 이유죠. 셀룰라이트 없는 바탕 미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 일광욕을 하려 노력하고 가급적 형광등을 켜지 않으며 침실에 TV를 두지 않아야 합니다. 유리그릇이나 스테인리스 그릇을 사용하고 금연을 하며 종이컵에 뜬 뜨거운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천연 재료의 침구류와 유기농 면제품을 사용하면 좋고요. 건강하고 싶다면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하고 장 속의 유산균을 잘 보호하고 물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습니다. 셀룰라이트는 설탕을 먹고 자라므로 피해야 하고요. 음료는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고 밤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실 지켜야 할 게 더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등 기타 음식물의 비중을 늘여서 균형 잡힌 식단으로 먹는 겁니다. 체형 교정은 원인이 다양하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다른 사람이 효과를 봤다고 따라하다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거든요.
Q예방을 위한 항목들을 읽어봤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지킬 수 없겠더라고요. 책에는 의사로서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적었지만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제일 위험한 게 ‘나는 몸에 좋은 특정 제품을 꾸준히 먹고 있으니 그 밖의 것들은 맘대로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안 좋아요.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과 균형이에요. 뭐든지 적당히 골고루 섭취하는 게 중요하죠. 또 일반적으로 운동은 누구나 해야 하고 몸에 좋다고 인식되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니 억지로 그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Q병원에서 시술되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심부열 고주파와 체외충격파가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래 체외충격파는 정형외과에서 근막염과 통증 치료에 쓰였는데 근육의 고질적인 염증으로 발생한 셀룰라이트를 개선시키는 데도 효과적이겠다는 아이디어가 적중했죠. 현재 전 세계에서 셀룰라이트 치료법에 대한 새로운 임상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원인과 유형을 정확히 진단해 치료를 받고 라이프스타일·식습관 교정, 체형 교정 등이 병행되면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안티셀룰라이트 다이어트 바탕질에 독성물질이나 노폐물이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한 식습관을 의미한다. 책에는 37가지 방법이 제시됐으나 에디터의 가슴에 와 닿은 10가지를 엄선했다.
1 하루 총 열량 섭취는 1,500kal 이하로 한다. 2 탄수화물 섭취는 일정량만, 하루 520~600kcal를 지켜야 한다. 밥 한 공기는 300~350kcal이다. 3 탄수화물은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만 먹는다. 4 오후 3시 이후에는 주로 단백질 음식을 먹는다. 5 밤에는 먹지 말 것. 특히 8시 이후에는 절대 피한다. 6 정제된 탄수화물은 피한다. 흰쌀밥, 정제 밀가루로 만든 국수나 파스타, 빵이 해당된다. 7 탄수화물 섭취 시 단백질이나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8 탄수화물로는 현미를 편애하라. 현미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아 해독에도 도움이 된다. 9 요거트에는 유산균이 거의 없음을 기억하라. 10 과일은 씹어서 약간만 먹는다. 블루베리의 경우 8~10개, 딸기 2개, 사과나 오렌지는 몇 조각이면 충분하다. 당분 함량이 높은 과일은 제한적으로 섭취한다.
글·이한경 기자|사진·조영철 기자, REX 제공|참고도서·‘제3의 살’(RHK)|일러스트·린클리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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