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광표 기자의 문화재 이야기]끝없는 사건사고… 정말 파라오의 저주?

최근 턱수염 부러진 투탕카멘 황금마스크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 정면.(왼쪽 사진)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 옆면.

이집트의 최고 문화재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일 겁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이집트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황금 마스크에 최근 사고가 생겼습니다. 전시 유물들을 청소하는 도중 황금 마스크의 턱수염이 부러졌고 박물관 직원들이 에폭시 접착제로 이를 다시 붙였다고 하네요. 에폭시 접착제는 공업용 본드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귀중한 문화재를 본드로 붙이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게다가 접착제가 마스크 얼굴에 떨어져 주걱으로 접착제를 긁어내기까지 했다니, 그저 어이가 없을 따름입니다.

투탕카멘 무덤 내부.

○ 20세기 위대한 발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을 든다면, 이집트의 소년 파라오(왕)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무덤은 카이로의 룩소르 부근 나일 강 서쪽 ‘왕들의 계곡’에 있습니다. 투탕카멘 무덤은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의 발굴로 그 전모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무덤에서는 110kg짜리 황금관(棺), 11kg짜리 황금 마스크, 황금 보검과 같은 금은 유물, 3000여 년 동안 마르지 않은 향료 등 진기한 문화재 2000여 점이 출토되었습니다. 유물 모두 어린 파라오가 사후(死後) 세계에서 영생을 누리길 기원하기 위해 부장한 것들입니다.

○ 소년 파라오, 죽음의 비밀

투탕카멘은 이집트 제18왕조의 12대 파라오였습니다. 그가 태어난 시기와 왕위에 오른 시기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탕카멘이 기원전 1361년부터 기원전 1352년까지 왕위에 올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무덤 발굴 이후 투탕카멘에 관한 호기심이 이어졌습니다. 그중 하나가 투탕카멘은 어떻게 죽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10세에 즉위한 소년 파라오가 왜 18세의 어린 나이에 죽어야 했던 걸까요? 자연사일까요, 타살일까요?

발굴 결과, 투탕카멘의 무덤은 다른 파라오의 무덤에 비해 너무 작았고 무덤 내부에는 서둘러 축조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투탕카멘이 갑작스럽게 죽임을 당해 불명예스럽게 매장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추측일 뿐, 이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유물이나 사료가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고고학자와 과학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논의를 해왔지만 죽음의 실체를 명쾌하게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투탕카멘의 죽음은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고고학계의 미스터리인 셈이지요.

○ 과연 파라오의 저주인가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한 뒤, 불길한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투탕카멘 무덤의 돌문에 ‘이 문으로 들어가는 자, 저주가 있으리라’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무덤의 문을 연 바로 그날 발굴 책임자인 카터의 애완용 새가 코브라에게 잡아먹혔습니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에는 코브라가 디자인되어 있었지요.

카터의 발굴을 지원한 영국인 후원자 카나본은 그 무렵 모기에게 얼굴을 물려 질병이 생겼고 그로 인해 갑작스레 죽었습니다.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를 X선으로 촬영해 보니 카나본이 모기에게 물린 얼굴 위치와 같은 곳에 어떤 균열 혹은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또 카나본이 사망했을 때, 카이로의 전기가 모두 나갔습니다. 같은 시간 영국에선 카나본의 개가 울부짖다 그만 죽었다고 하네요. 투탕카멘 미라의 뼈를 X선으로 조사하던 전문가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투탕카멘 무덤 발굴에 관계된 사람과 그 주변에 이처럼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파라오의 저주”라고 불렀습니다. 과연 저주일까요? 발굴 관계자들의 죽음은 저주 때문이 아니라 무덤 속 유독 물질이나 세균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물론 있습니다.

○ 출토 유물의 위기일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1996년 9월 어느 날 오전 이집트국립박물관에서 20대 청년이 투탕카멘의 황금 보검을 양말 속에 감추어 나오다 현관에서 붙잡힌 일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전날 관람객으로 가장해 박물관에 들어간 뒤 전시대 밑에 숨어 있었다고 하네요. 밤이 되자 밖으로 나온 그는 드라이버로 투탕카멘 보물 진열장 유리 뚜껑을 열어 황금 보검을 양말 속에 넣었습니다. 크기가 작은 유물 20여 점은 나중에 찾아갈 생각으로 화장실에 숨겨 놓았다고 합니다.

범인의 말이 충격적입니다. “박물관은 일단 폐장하고 나면 간섭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물건을 훔치기에 너무 편하다. 가정집을 터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 이번 실패는 아마도 파라오의 저주 때문인 것 같다.”

투탕카멘 황금 유물에 끝없이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 정말 파라오의 저주일까요?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