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혁이라고 하고, 북조선에서 왔슴다. 얼마 전 영국에 왔고, 영어는 한 개도 못 함다.”(41쪽)
주인공이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짐작하시겠죠. 탈북 청소년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신산합니다. 북한과 중국을 거쳐 남한에 와서 2년을 살았지만 남한의 벽은 공고했습니다. 결국 신분세탁을 거쳐 난민 자격으로 영국에 들어갑니다. 거치는 곳마다 주인공에게 아버지가 있었지만 누구도 보호의 벽이 되지 못했고, 도리어 몸과 마음에 상처만 남겼습니다.
“너도 사람이니 삼시 세끼 밥을 먹고 학교를 다니고, 웃을 권리가 있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삶은 이것입니다.
고향을 떠나면서 밥을 먹고 학교에 다니게 되었지만 웃을 능력이 없어졌습니다. ‘숨소리도 내면 안돼! 철벅철벅 물살 가르는 소리, 사박사박 모래 밟는 소리, 그리고 탕탕 총소리!’ 철이 들면서부터 이런 분위기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주인공 눈에 비친 남한 아이들의 모습, “걔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까르르 웃고 몹시 시끄럽게 떠든다”는 말이 간절하고 슬프게 들립니다.
이 책은 탈북 청소년 문제를 사회 현상을 넘어 인간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어 눈길이 갑니다. ‘이런 아이가 있다’가 아니라 ‘이런 아픔을 함께 느껴보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놓이는 건 그런 상황 속에서도 아이는 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테니까’라는 아이의 말이 아프면서도 기특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몸을 숨길 곳을 찾아 다시 떠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여기가 어딤까?” 우리가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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