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빚은 유리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삼라만상 아로새긴 ‘보헤미아 유리’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4월 26일까지

체코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1836년 작 ‘요세프융만에게 헌정한 잔’. 곳곳의 유리 커팅이 현란한 빛의 향연을 펼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체코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1836년 작 ‘요세프융만에게 헌정한 잔’. 곳곳의 유리 커팅이 현란한 빛의 향연을 펼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크리스털처럼 빛나는 유리잔에 삼라만상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본 작품들은 화려한 유리 세공 기술의 진수를 보여 줬다. 이 가운데 특히 18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프라하 전경이 있는 잔’은 제목 그대로 높이 20cm짜리 유리잔에 풍경화 한 폭이 숨어 있다. 유리잔 가운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라하 성과 카를 다리, 성당 등 프라하 시가지가 빼곡히 늘어서 있다. 자칫 깨지기 쉬운 유리를 이처럼 자유자재로 조각한 기술이 지금 봐도 놀랍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나라와 체코의 국교 수립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체코 국립박물관과 프라하 장식미술관의 유리 공예품 343점이 들어왔다. 보헤미아 지역은 유럽의 유리공예 중심지로 꼽히는데 금실과 루비 등을 넣은 화려한 장식 유리가 유명하다.

전시 작품 중 1836년에 만든 ‘요세프 융만에게 헌정한 잔’은 왕관 모양으로 새겨진 뚜껑과 바닥이 안팎으로 깎인 유리 단면을 타고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를 일으키는 장관을 연출한다. 융만(1773∼1847)은 체코어 사전을 발간해 합스부르크 가문 치하의 체코에 민족 부흥운동을 일으킨 학자다.

성당에 들어가는 휘황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선보인다.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을 새긴 스테인드글라스는 15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다. 전시회는 4월 26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없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보헤미아 유리전#국립중앙박물관#유리 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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