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고? 詩에 분노 담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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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2월 10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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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날 홀대해도 용서하고 공평무사한 맘으로 대하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문득 제 말에 울컥, 자기연민? 세상이 언제 너를 홀대했니? 그냥 네 길을 가,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도 무사하지도 않아, 뭔가를 바라지 마, 개떡에 개떡을 얹어주더라도 개떡은 원래 개떡끼리 끈적여야 하니까 넘겨버려,”(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에서)

최정례 시인(60)이 새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창비)을 출간했다. 시인은 1990년 등단해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표제시에서 화자는 무더운 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왈칵, 벌컥 화를 쏟아낸다. 시인은 “대학 시간강사 시절 부당한 일을 당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분노를 느낀 기억이 있다”며 “시집에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시를 비롯해 내러티브, 우화 등 다양한 형태로 불편한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산문시가 주로 수록됐다. ‘회생’에선 “겨울까지만 좀 기다려주세요. 노인들이 여름에는 잘 안 죽어요”라며 사람이 죽어야만 빚을 갚을 수 있는 장례식장 주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쥐들도 할 말은 있다’에선 보석을 돌멩이 취급하는 쥐의 우화로 인간의 욕심을 비꼰다.

시인은 산문시를 쓴 이유에 대해 “레고를 갖고 논 아랫세대 시인이 말의 놀이에 집중한다면 소꿉놀이하던 내겐 의미가 더 중요하다”며 “의미 전달을 위해 산문시를 택했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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